새 백서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明記)하는 대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구절이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국방백서나 유사한 문서에 ‘주적’을 명시한 사례가 없다”는 게 국방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적’ 용어가 갖는 상징성이다. 변함없는 군사적 위협인 북한에 대해 더는 ‘주적’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천명할 때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분치 않는 ‘친북세력’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주적’ 폐기는 남북 화해협력이 좀 더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옳다.
“교류협력과 군사적 대치를 병행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주적 개념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교류협력은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국방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넘어서면서까지 주적 용어를 삭제한 뒤 장병들 정신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 묻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주적’ 표현 삭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북한은 여전히 ‘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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