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主敵’ 사라진 국방백서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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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주적(主敵)’ 표현을 삭제한 ‘2004년판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11월 윤광웅 국방장관이 “특정 국가를 주적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숱한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적’ 폐기 고집을 꺾지 않은 국방부의 결정이 시의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새 백서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明記)하는 대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구절이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국방백서나 유사한 문서에 ‘주적’을 명시한 사례가 없다”는 게 국방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적’ 용어가 갖는 상징성이다. 변함없는 군사적 위협인 북한에 대해 더는 ‘주적’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천명할 때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북한 정권과 주민을 구분치 않는 ‘친북세력’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주적’ 폐기는 남북 화해협력이 좀 더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옳다.

“교류협력과 군사적 대치를 병행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주적 개념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국방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교류협력은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국방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넘어서면서까지 주적 용어를 삭제한 뒤 장병들 정신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지 묻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주적’ 표현 삭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북한은 여전히 ‘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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