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더 빨리 더 과감하게 풀어야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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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900여 건의 개별 행정규제 가운데 1000건을 올해 안에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러 가지 법령과 복수의 부처가 동시에 관련된 ‘덩어리 규제’에 대해서는 분기별로 8∼10개씩 선정해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인·허가를 받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부처별 규제총량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말로는 ‘규제 완화’를 되뇌면서 실상은 ‘시장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업을 옥죄기에 바빴던 ‘규제 수구(守舊) 정부’가 약간의 구체성을 띤 규제완화 목표를 내놓은 것은 그나마 진일보(進一步)다. 우선 공표한 약속을 반드시 실행하기 바란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기업 투자와 민간경제의 활력을 충분히 되살릴 수 없다.

양적으로만 봐도 기대에 못 미친다. 1998년 1만4000여 건이던 규제 건수는 2000년 6900여 건으로 급감했으나 그 후 4년 동안 다시 늘어 현재 7900여 건에 이른다. 1000건을 줄여 봐야 4년 전으로 돌아가는 데 불과하다. 질적인 내용은 더 미흡하다. 정부가 예시한 구체적인 규제개선 내용은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인상이 짙다.

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규제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도 ‘규제의 체감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를 새겨보기 바란다. 이는 출자총액과 의결권, 공장 신증설 등과 관련된 핵심 규제의 골격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경제력 집중 및 수도권 관련 정책의 낡고 비효율적인 틀 자체를 버려야 한다.

특히 외국 자본을 우대하고 국내 자본을 역(逆)차별하는 규제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60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살려낸 금융기관과 제조업체의 경영권은 물론이고 ‘경제 주권’이 고스란히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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