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미대사 내정두고 상반된 논평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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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을 놓고 한나라당의 두 대변인이 서로 상반된 논평을 내놔 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17일 오전 논평을 통해 “정부 스스로 파격적인 깜짝 인사며 빅카드라고 자가발전 한 것이 결국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인가”라며 “철저한 ‘정경유착’이며 ‘권언유착’”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홍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달콤한 밀월관계로 널리 알려진 현직 언론사의 지배주주인데, 과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원칙은 무엇인가”라고 묻고“노 대통령은 ‘언론개혁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홍 회장의 지난 일은 또 어떻게 풀이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또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겨냥한 파격인사라고 하지만 과연 그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일부 여론 지도층’을 겨냥한 화려한 사교파티가 아니라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미공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직후 임태희 대변인은 ‘코드 인사를 대신할 실용인사를 환영한다’는 상반된 논평을 내놨다.

임 대변인은 “실용주의적 인사로, 국민이 기대해왔던 바이며 환영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긴밀한 한미관계가 우리의 국익외교와 남북문제 해결에 긴요하다는 바탕위에서 신임 대사를 선정했다고 판단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승주 현대사의 경우처럼 아무리 능력있는 외교관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해도 정략적으로 정부가 흔들어대면 백약이 무효하다”며 “노 대통령은 (홍 회장이)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두둔까지 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홍 회장은 정부의 중요 직책에 임명된 만큼 정치권력과 언론의 유착관계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보고 대미외교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상반된 논평으로 논란이 생기자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자신의 논평을 취소한 뒤 임 대변인의 논평을 당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오늘 서로의 일정이 너무 바빠서 논평을 내놓기 전에 컨트롤할 시간이 없었다. 대변인실의 실수”라고 해명한 뒤 “서로 글을 쓰는 방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은 ‘실용인사’는 환영하지만 ‘권언유착’은 경계한다는 같은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한나라당의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홍석현 회장의 내정은 의외’라는 분위기였지만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참석자들의 특정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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