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정상회담 대화록] 盧 “한반도에 평화-희망 주는 것 필요”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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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별회담은 오전 10시25분부터 11시5분까지(현지시간) 40분 동안 진행됐다.

부시 대통령은 대화 중 여러 차례 “전적으로, 절대적으로(absolutely)”, “좋은 지적(good point)”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했다. 노 대통령도 회담 후 참모들에게 “아주 만족한다. 외교안보팀이 고생했는데 밥 한끼 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반 장관의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두 정상간 분야별 대화 내용.

▽노 대통령=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정책 공조를 긴밀하게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부시 대통령=감사하다. 주한미군 재조정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 유지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한국측의 우려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주한미군의 장비 보강을 통해 미국의 대(對)한국 방위공약이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부시 대통령=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에 만족한다.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 (한국 내에) 미국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너무 단순화시켜서 보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노 대통령=북핵 문제가 한국에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부시 대통령 집권 2기에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 1번으로 삼아서 한반도와 6자회담 참가국, 전 세계 국민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라크 문제, 달러 문제 등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바이털 이슈(vital issue)’로 삼아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

▽노 대통령=한미 양국과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다. 전문가나 언론의 시각에서 평화적인 방법이냐, 제재를 통한 방법이냐 등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지만 이런 것은 결과적으로 원만하고 순조로운 6자회담 과정에 도움이 안 된다.

▽부시 대통령=한국이 평화재건부대를 파견해서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데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노 대통령을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즐겁다(exciting).

산티아고=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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