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경제인식]가장 중요한 경제문제는 ‘양극화’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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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거쳐 남미 3개국을 순방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문제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극복 방안에 대한 인식의 경우 집권 초기와는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발(發) 경제위기론’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장률보다는 양극화가 문제”=노 대통령은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민과의 간담회에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쳐야 할 문제는 성장률 4, 5%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생산과 소비의 괴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극화를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고민은 양극화의 문제”라며 “소비가 부족한 것은 신용불량자 문제도 있지만 소득의 양극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극화를) 분배로 극복하면 자유시장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교육, 훈련 등을 통해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빈부격차를 단순 ‘부(富)의 이전’ 대신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기를 말하는 사람은 대기업”(?)=노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위기라고 해도 좋지만,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들이 경제위기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제위기론이 주로 대기업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이에 대해 “경제위기론은 내수 침체로 고통을 받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빨리 국민의 박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면 심각한 파탄이 온다”며 “환자를 빨리 세우기 위해 주사, 각성제를 놓는 것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무리한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종합투자계획이나 금리인하정책 등은 한국 경제에 ‘영양제 주사’를 놓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기금 활용하면 경제 돌아간다?=노 대통령은 “국내에 100조원 정도의 연기금이 있는데 법으로 묶어 제대로 투자를 못하게 해 놓았다”며 “정부가 이 돈을 쓰자는 것이 아니고 우선 주식투자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도 있지만 정부가 연기금의 투자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중앙대 홍기택(洪起澤·경제학) 교수는 “대통령이 앞질러 투자의 방향을 유도하기보다 연기금이 자체 판단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한쪽 편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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