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문제]“의도적 침묵 도움안돼… 문제제기 해야”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41분


탈북자들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정부의 외면이 잘못된 자세라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접근방식에서는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4년 전 입국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주일 편집위원(42)은 “정부는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에 북한 인권을 못 본 체하고 있지만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 인권 차원에서 정부가 요구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북한 인권법이 발효된 지금 한국 정부도 이에 적극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모임인 백두한라회 김은철 회장(34)은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입장 표명을 정확히 하되,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중론을 펴는 탈북자도 적지 않았다. 북한군 장교 출신으로 1993년 탈북한 ‘NK친구들’ 임영선 대표(40)는 “북한 인권에 대해 정부나 시민단체,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정부의 침묵 정책이 남한 내 친북세력의 이념적 도구로 악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94년 입국한 북한연구소 김승철 과장(43)은 “북한은 최근 영국 정부의 인권문제 제기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시민단체들까지 정부에 합세해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터부시하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남한 내 갈등 최소화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 돌파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탈북대학생협회 최경희 회장(32·여)은 “국민에게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남남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럴 때에만 북한 내 인권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으로 6년 전 탈북한 김지은씨(38·여)는 “죽어 가는 사람들을 보고 온 의사로서 인권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략적 문제가 인도주의에 우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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