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구 韓赤총재, 정부의 對北 미온적 태도에 일침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47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한적십자사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12일 이윤구(李潤求) 한적 총재의 발언은 남북 당국자간의 대화중단 여파로 이산가족 상봉 및 상설 면회소 설치 등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회는 지난달 초부터 3차례나 대북 비료지원을 요청하며 대화 재개의 신호를 보내왔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사용과 국회 보고 및 동의 절차 등을 이유로 비료 지원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비난의 성격이 짙다.

한적 관계자는 13일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대북지원과 이산가족상봉 등은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도 없이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신념”이라며 “고려할 점이 많아 미적거리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갑갑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973년부터 11년 동안 유엔아동기금(UNICEF) 등에서 활동했으며, 올 1월 한적 총재로 취임하기 직전까지 10년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와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지낸 민간 대북지원 활동의 대부다.

그러나 정부도 고민은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문제를 논의하자’는 지난주 북한의 전화통지문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면회소 설치보다는 10만t의 비료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며 “북측이 진심으로 면회소 설치에 응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북한에 10만t의 비료를 지원해야 하는가 여부를 놓고 현재도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대론은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있는 남측에 비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북측에 비료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찬성론은 “인도적인 지원을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다.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이산가족 상봉이 확대되면 체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북한은 면회소 설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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