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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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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내용=형법보완 1안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라는 형법 87조(내란죄)에 ‘내란목적단체’ 규정을 만들어 북한과 관련한 이적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형법 98조 간첩죄의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로 넓혔다.
2안의 핵심은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한다’라는 형법 102조(준적국) 조항에 ‘대한민국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단체’라는 표현을 추가한 대목이다. 이 경우 북한이 ‘적국’으로 간주돼 각종 이적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3안은 1안과 2안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 안으로 내란죄와 외환죄 모두를 개정하는 절충형 방안이다.
대체입법안인 ‘국가안전보장특별법’(가칭) ‘국헌문란목적단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즉, 반국가단체 정의에서 개념이 애매한 ‘국가변란’이라는 표현 대신에 ‘국헌문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법의 적용을 받는 범죄의 대상을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문제점=열린우리당의 4개 대안은 모두 ‘매우 중대하고 구체적인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국보법은 국가 존립이나 체제 수호를 위협하는 세력의 확산을 사전에 막는 ‘예방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열린우리당의 형법 보완 및 대체입법 안은 ‘행위처벌’ 원칙에 충실하다 보니 이런 부분이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열린우리당의 대안은 현행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와 10조 불고지죄를 대체 또는 보완할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한다거나 인공기를 게양하고 집회를 열어도 마땅히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북한 방송을 녹음해 방송한다거나 북한 관련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 역시 처벌이 어렵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형법 보완 대안은 형법 90조의 ‘예비 음모 선동 선전’ 조항이나 간첩을 규정한 98조 등을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안전보장특별법(대체입법) 제5조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들 대안은 △국가 주요 시설물을 파괴하는 등 구체적인 폭력행위가 있거나 △국토를 참절(僭竊·영토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제하는 것)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하게 할 정도의 위협이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간첩을 보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친북활동을 위해 북한을 드나드는 행위도 역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의 행동이 아니라면 처벌이 어렵다. 형법 90조나 98조로 국보법 6조(잠입 탈출)나 8조(회합 통신)를 대체 또는 보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반국가단체와 관련을 맺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4개 대안은 또 국보법 5조 금품 수수 조항에 대한 보완책도 없다. 북한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한국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이적단체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모호해진다. 형법상 내란죄나 외환죄는 모두 구체적인 폭동을 전제로 하고 있는 까닭에 이들이 폭동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국보법 2조 ‘정부 참칭’(제 멋대로 정부를 자처하는 것) 조항의 삭제는 북한을 사실상 정부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 현행 국가보안법과 열린우리당 시안 비교 | |||||||||
| 쟁점 | 현행국보법 | 형법보완(1안) | 형법보완(2안) | 형법보완(3안) | 대체입법(국가안전보장특별법) | ||||
| 북한에 대한 규정 | 반국가단체(제2조) | 내란목적단체(내란죄 보완) | 준적국(외환죄 보완) | 내란목적단체와 준적국 개념혼용(내란,외환죄 보완) | 제3조(정의)‘국헌문란목적단체’라 함은 국헌을 문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 ||||
| 잠입·탈출 | 제6조 | 제90조(예비,음모,선동,선전)수정제98조(간첩)수정 1.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하여 간첩행위를 하거나 외국의 간첩을 방조하여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2. 군사상의 기밀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 누설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제98조(간첩)개정 (1안과 동일) | 제90조(예비,음모,선전,선동)개정제98조(간첩)개정 (1안과 동일) | 제4조(국헌문란단체 구성 등) 1. 수괴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2.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3. 그 이외의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제5조(목적수행 등) 1. 형법 92조 내지 99조에 규정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3. 국가기밀에 속하는 서류 또는 물품을 손괴·은닉·위조·변조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 찬양·고무 | 제7조 | ||||||||
| 회합·통신 | 제8조 | ||||||||
| 불고지죄 | 제10조 | 폐지 | 폐지 | 폐지 | 폐지 | ||||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수사기관 “간첩은 어떻게 잡나”▼
열린우리당이 12일 국가보안법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4가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안 사범을 직접 다루는 일선 검찰, 경찰 등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국가단체 규정(2, 3조), 금품수수죄(5조), 찬양·고무죄(7조), 잠입·탈출죄(6조), 불고지죄(10조) 등 현행 국보법의 핵심 조항들이 4개 방안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국보법 남용 사례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국보법 존재 자체가 갖는 상징성도 큰데 너무 많은 조항을 삭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간부는 “국회가 할 일이지만 어떤 형태를 취하든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검 검사는 “현행 국보법상 처벌 규정의 핵심 조문들이 모두 삭제될 경우 친북단체의 대남활동을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다”면서 “여당이 마련한 4가지 방안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현행 국보법의 공백을 메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찬양·고무죄 조항 삭제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대다수 동료 검사들이 ‘인공기를 들고 시청 앞에서 흔들어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얘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이적 표현물을 몰래 갖고 있거나 김일성을 찬양한 사실 등이 간첩 수사의 단초인데 이 조항이 빠지면 어떻게 간첩 수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행 국보법상 ‘반국가단체’ 조항에 의한 이적단체들에 대해 ‘내란목적단체’(형법 보완안)나 ‘국헌문란단체’(대체입법안) 규정으로 처벌이 가능한지도 논란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단체는 구체적인 폭동 계획은 없지만 각종 선전 선동으로 반국가단체를 돕는 단체”라며 “반국가단체 관련 조항이 빠지면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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