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홈페이지는 ‘사랑의 메신저’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6시 11분


코멘트
지난 7일 정식 오픈한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의 인터넷 홈페이지(www.zaytun.mil.kr)가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장의 장병들과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서로의 안부를 교환하는 코너인 ‘위문편지’에는 일주일도 안돼 500건이 넘는 많은 사연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 중 부대원들이 이라크에서 쓰는 ‘병영에서’ 코너에는 어린 자녀들을 걱정하는 애틋한 부정과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아들이 얼굴에 검버섯이 핀 어머님께 처음으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며 부모님의 조건 없는 내리사랑을 회상하는 모습 등이 오롯이 녹아있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제12민사여단 122대대 이경영 원사가 쓴 ‘어머님께’ 란 편지글은 4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원사는 “자이툰 부대원으로 선발되어 훈련받고 있을 때 어머님께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찾아뵙지 못했다”며 “건강을 되찾으신 어머니께서 아픈 다리를 목발에 의지한 채 자식 놈 환송식에 참석하셨을 때는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적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자식에게 헌신적이었던 어머니를 회상하며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리면서도 도시락엔 꽁보리밥 위에 늘 쌀밥으로 덮어 주셨지요. 늘 어머님은 배가 부르다 하셨고 밥숟가락 들고 밥을 먹는 모습을 제대로 뵌 적이 없었습니다. 그 넓은 산 속 가시덤불을 헤치며 도토리를 주어 새벽이 다 되도록 디딜방아에 도토리를 빻아서 묵을 만들고 시장에 나가 팔려고 고생하시던 모습, 예전엔 창피함에 어머님께 역정도 많이 냈었습니다”라고 글을 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머리에 수건을 쓰고 계셔 물어보면 머리가 헝클어져 매었다고 하셨죠. 그러나 어머님은 머리카락을 잘라 자식 먹고 싶어 하는 엿사주고…어머님은 늘상 그러하셨습니다”며 “이제는 백발이 성성하고 야위어진 얼굴에 주름이 나이보다 많아지고 온몸엔 검버섯이 덤성덤성 나신 어머님을 뵈옵고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럽습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이 아들, 어머니 남은 여생에 벚꽃 같은 환한 미소를 꼭 지어드리게 하고 싶습니다”며 “마흔다섯 가슴속에 고이 숨겨두고 하지 못한 말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님 가슴깊이 사랑합니다, 제발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라며 글을 맺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병영에서’ 코너에 편지를 쓴 부대원이 아직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

사이트가 오픈한지 얼마 안됐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라크 현지의 인터넷 망 구축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라 홈페이지 관리자 등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대원들은 아직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보안 등의 이유로 사이버 홍보장교가 부대원들의 편지를 읽어본 후 인터넷에 올리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게시물 수가 적은 이유다.

하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 친구, 선후배 들이 장병들에게 편지를 띄우는 ‘고향에서’ 코너에는 사연들이 넘쳐난다.

12일 오후 3시 현재 올라 온 게시물 숫자가 무려 537건.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아빠.

“내새끼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는 매일 너의 사진에 입을 맞추어야 잠이 든다”는 엄마.

병장인 동생에게 “같이 지내는 이등병에게 신경도 많이 써주라”고 어른스럽게 충고하면서도 “17일에 누나 생일인거 알지? 이라크에서 선물좀 보내렴~ㅋㅋ”이라고 귀엽게 협박하는 누나의 글도 있다.

이곳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전장으로 떠나보낸 뒤 ‘설마’하는 걱정으로 가슴 졸이는 사람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매일 매일 수십 건씩 쏟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자이툰 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파병가족들이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격려 한마디’ 코너를 비롯하여 현지소식을 전해주는 ‘ZAYTUN’ 紙(타블로이드판 4면), 이라크의 지리와 환경, 쿠르드 족의 역사와 언어 등을 소개하는 ‘자료실’ 현지 활동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은 ‘영상뉴스’등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