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史 특사’ 우다웨이 부부장 방한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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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은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한중관계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연합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은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한중관계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연합
정부는 23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2일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신임 중국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차관)에게 중국 외교부가 삭제한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사 부분을 원상 회복토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우 부부장을 만나 “중국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이 문제를 성의 있게 해결하는 자세를 보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최 차관은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해결하자’는 2월의 한중 합의가 깨진 것은 바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 삭제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미봉책으로는 한중 관계가 2월 합의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가능성에 대한 한국측의 우려와 중국 지방정부에서 이루어지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 부분 복원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복안을 한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측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고구려’를 복원하는 대신 각국 개황 부분을 전면 개편하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이 문제의 해결이 수교 12주년(24일)을 맞는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해법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부부장의 이번 방한은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26일 방한 이전에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으려는 의도가 짙다.

여야 정치권이 고구려사 문제에 대해서 한목소리로 강하게 중국측을 비판하고 있고 국회에 관련 특위까지 구성해 놓은 상황이어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방한해 여야 지도부를 만날 예정인 자 주석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이날 “우 부부장의 방한 목적은 자 주석의 방한 준비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측의 필요에 따라 우 부부장이 방한했음에도 양측이 단시일 내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부가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이 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왜곡을 추가로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다. 하지만 우 부부장은 이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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