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여정부, 여론 밟고 首都 이전 할 건가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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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예정지가 확정 발표됐다. 국민 과반수가 이전에 반대하는데도 정부는 예정대로 밀어붙일 생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른바 ‘참여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알 수 없다. 여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니 오기(傲氣)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예정지 발표를 연기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국회의 결정과 국민 여론이 등가적인 것이 아니며, 국회 결정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이 정권은 ‘여론의, 여론에 의한 정권’이다. 대선 때는 여론조사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승리했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통과 때는 “여론의 60∼70%가 반대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여세로 총선에서 승리까지 했다. 그런 정권이 이제 와서 다수 여론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하니 국민 우습게 알기가 도를 넘었다. 더구나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국가는 국민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면서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의무조항이다.

이 총리는 “앞으로 일상적 국정운영은 총리가 총괄토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도 이전 예정지를 직접 발표했다. 이 대목도 석연치 않다. 결국 이 총리가 총대를 메고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됐다. 수도 이전 반대를 자신에 대한 “퇴임운동”이라고까지 했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한 발 빼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무책임하거나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수도 이전 반대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리서치의 지난주 조사만 보더라도 반대가 한 달 전 51.0%에서 57.4%로 많아졌다. 정부가 전국을 돌면서 홍보에 총력전을 폈지만 반대여론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토론 마당은 이미 마련돼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헌법 소원이 제기돼 있고, 국회에는 한나라당의 수도 이전 특위 구성 결의안이 제출돼 있다. 열린우리당조차도 국민대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국론 분열을 피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기제들이 작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서둘러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려 드는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이 정권 특유의 승부의식이 작용했는지는 몰라도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어디까지 미칠지 헤아려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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