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나선 한나라 “故人이 된 대통령과 싸움하나”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51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9일 휴가 중임에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상임운영위와 운영위를 주재하고 국가정체성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전영한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9일 휴가 중임에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상임운영위와 운영위를 주재하고 국가정체성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전영한기자
29일 노무현 대통령의 ‘목포 발언’에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유신회귀 대 미래지향’ 구도 발언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협조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민주당은 호남 달래기 발언이라고 폄훼하면서도 사태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사반세기 전의 정치형태를 끄집어내 고인이 된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던져 싸움하자는 것이 현직 대통령의 올바른 처신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발언엔 국가 정체성 공세의 초점을 흐리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체성 문제를 경제 살리기의 선결 과제로 규정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며 “국가 정체성 논쟁은 단순히 정체성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와 연관된 문제”라며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안보가 확실한지 모르는데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느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정체성 논쟁이 일단 당의 ‘중도 보수’적 이념적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또 여권이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정체성 시비를 제기한 데 대해선 가급적 무시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정치 쟁점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민주당=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개혁 노선에서 같이 가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복잡한 반응을 보였다.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민주당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면서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일(李正一)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호남에 대한 인식이 다소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 발언을 계기로 양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효석(金孝錫) 정책위의장은 “이 발언을 계기로 호남 발전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 실천됐으면 한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노코멘트”라고 밝혔다고 장 대변인이 전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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