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의혹]6월2일 녹화… 줄곧 침착하게 답변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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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TV 매체인 APTN이 24일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에는 김선일씨가 지난달 말 납치된 직후 심문을 받는 모습이 담겨 있다.

비디오에서 김씨는 이름과 생년월일(1970년 9월 13일)을 밝혔다. 이를 근거로 신원확인을 했다면 출입국 상황과 소속 기업, 이라크 내 소재를 신속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비디오테이프에는 AP통신이 보도한 내용 중 일부가 포함되지 않아 AP가 전체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김씨는 비디오에서 출생지(부산)와 함께 “사흘 전 미군 캠프에 베개와 선글라스를 배달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직업(미군 군납)은 물론 피랍 시점까지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미루어 촬영 시점은 6월 2일이 확실시된다.

김씨는 자신이 일하던 가나무역의 원청업체 이름인 ‘BODY GLOVE’가 흰색 타원 안에 쓰인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짧은 머리에 깔끔한 모습이고, 줄곧 침착한 표정이어서 살해되기 직전 알 자지라TV에 공개된 불안하고 초췌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심문은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 한 명의 남자가 질문하고, 김씨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납치집단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인지 미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APTN이 공개한 약 3분 정도의 동영상 내용.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나는 부시, 미국을 싫어한다”▼

―이름은….

“김-선-일.”(한 음절씩 또박또박 언급)

―뻬르데이(birthday), 뻬르데이. (김씨가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언제 태어났나.

“생일은 9월, 9월 13일이다. 9월 13일.”

―태어난 해는…. 9월 13일, 1900….

“1970년. 1970년 9월이다.”

―어디서 태어났나. 국적은….

“한국, 남한이다.”

―좋다. 그럼 아뀨뻬이션(occupation). 한국에서는 뭘 했나. 직업이 뭔가.

“한국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이라크에는 언제 들어왔나.

“바그다드에 말인가. (손가락을 이용해) 5일, 일주일 뒤에는 6개월이 된다. (김씨 얼굴이 잠시 클로즈업되면서) 나는 여기 이라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나에게는 결혼한 형과 여동생이 있다. 나만 미혼이다.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검지를 들어 올리고 두 손을 흔들며) 나는 부시 대통령이 진짜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을 때 TV로 미국과 이라크전쟁을 봤다. TV를 봤을 때 부시 대통령과 미국이 이곳을 (큰 몸동작으로 손바닥을 치면서) 공격한 것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부시 대통령을 싫어한다. 나는 석유, 미국을 싫어한다. 사흘 전 팔루자 근처의 미군 캠프에 갔다. 미군들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두 손으로 장총을 잡는 시늉을 하며) 총을 들이대고 ‘이봐, 왜 여기에 왔나. 직업이 뭐냐’고 질문했다. (갑자기 일어나 벽을 향해 돌아서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벽에 대는 동작을 취한 뒤) 미군들은 온몸을 뒤지기도 했다. 그들은 나에게 ‘조심해라, 조심해라’고 하면서 나를 의심한다고 말했다. 나는 미국인을 싫어한다. 미군 캠프에 물품을 대기는 하지만, 그러나 미군과 부시 대통령을 싫어한다. 지금 현실은 매우 좋지 않다. 불공평하다. 미군들은 팔루자와 이라크에서 선량한 이라크 사람들을 죽인다. 나는 이라크인을 좋아한다. 이라크인은 매우 친절하다. 나는 바그다드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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