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의혹]가나무역 원청업체 책임자는 美장성

  •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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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미군 당국이 가나무역 김선일씨 납치사건을 아랍권 TV가 이를 공개한 21일 이전에 알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일 미군이 사전에 알았다면 미국은 한국에 통보를 제때 하지 않아 김씨 석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결정적인 차질을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논란의 발단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외교통상부에 제출한 진술서에 ‘6월 10일 (이라크 내) 미군 서비스업체인 AA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미국 육군 및 공군 복지기관)측에 김선일 매니저 억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함’이라고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김 사장은 이에 관해 말을 바꾼 것도 석연치 않다. 김 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 5일 전에 미군으로부터 (납치 문제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파문이 커지자 “내 말은 원청(原請) 업체(AAFES)에 보고했다는 뜻이며, 당연히 미군측에도 통보됐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25일 AAFES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캐서린 프로스트 육군소장(여)이 최고경영자를, 찰스 메헌 주니어 중장이 이사회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사실상 미군이 직접 경영하는 미군보급품 기업인 셈이다.

미국의 사전인지설을 주장하는 쪽은 “김 사장이 AAFES측에 김씨 납치문제를 타진했다면 당연히 상부에 보고돼 미군 당국에서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한다.

AAFES가 추가 파병을 코앞에 둔 한국인 직원의 피랍이 부를 정치적 파장을 모를 리 없었던 만큼 즉각적인 보고를 했을 것이고, 미군 역시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김 사장이 AAFES의 누구와 접촉했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김씨 사건을 알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것이다.

또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에 관한 일을 모두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다만 김 사장이 김씨의 납치일인 5월 31일 이후 AAFES와 빈번하게 접촉한 것은 분명하다. 김 사장은 외교부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10, 16, 20일 이 회사와 접촉했다고 적었지만 접촉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한편 정부 일각에선 김선일씨와 김 사장 등 가나무역 직원들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이 이슬람권 무장단체와의 교섭에서 혹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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