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의혹]납치단체 따로 있었나

  • 입력 2004년 6월 2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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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조직과 살해한 테러조직이 다르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5일 “지금까지 조사해본 결과 돈을 목적으로 김씨를 납치한 무장조직이 몸값 흥정에 실패하자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에 김씨의 신변을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스 자마르 요르단 주재 알 자지라 지국장도 김씨를 납치한 무장조직이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이 마음에 들지 않자 더 많은 돈을 제시한 국제테러단체(유일신과 성전)에 김씨를 넘겼을지 모른다고 추정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스티븐 파렐 기자도 4월 8일 이라크 팔루자 인근에서 취재하다 알리바바(도적)에 납치된 뒤 무자헤딘에 넘겨졌다 풀려난 적이 있다.

파렐 기자는 “이라크에서는 테러리스트, 알리바바, 바트당원, 이슬람주의자 등 수많은 종류의 무장조직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협조 관계”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6월 초 AP가 입수한 비디오테이프와 알 자지라가 21일과 23일 방영한 테이프를 비교하면 납치범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는 유일신과 성전을 상징하는 노란색 원형과 ‘알라 이외에 다른 신은 없고 마호메트는 알라의 사도’란 뜻의 아랍어 문구가 적힌 검은 깃발이 등장한다. 반면 AP의 테이프에는 아무 것도 없는 시멘트벽만 보일 뿐이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 등장한 괴한들은 모두 총으로 무장한 채 김씨를 위협하는 모습이었다. 김씨도 죽음을 예상한 듯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등 극도의 공포감에 떨었다.

그러나 AP의 테이프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보이지 않는다. 납치범의 목소리도 위협적이거나 격앙된 톤이 아니다. 김씨도 비록 얼굴엔 불안한 기색이 보이지만 납치범의 질문에 비교적 침착하게 대답하는 등 절박한 모습이 아니다.

또 AP의 테이프에 나오는 납치범들은 납치 목적을 밝히지 않는 등 엉성한 모습이었다. 알 자지라의 테이프에 나오는 무장괴한들은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살해할 때처럼 납치 목적, 석방 조건, 살해 조건 등을 명확히 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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