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盧대통령 인사추천 소극적으로 변해”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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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다음에 주변에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있을까.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주변 참모들이 ‘청탁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사추천을 노 대통령이 4, 5차례 한 적이 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참여정부에서의 인사는 특정 인물이 좌지우지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심지어 대통령도 청탁성 추천을 하기가 무척 어렵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원칙은 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면서 “대통령이 ‘이런 사람은 어떤가요’라는 식으로 특정 인사를 거론한 적이 있었지만 참모들이 검증해 본 결과 ‘아니다’ 싶으면 대부분 배제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특별히 언급한 사람이 있으면 참모들은 더욱 철저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면서 “검증 결과 하자가 발견되면 일부 참모들은 아예 모른 척하거나 ‘알아보니 좀 곤란하겠던데요’라면서 완곡하게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추천 방식도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주변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이 언급한 인물이 중용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인사추천 방식도 약간씩 변했다”면서 “예전에 ‘이 사람 어때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했지만 최근에는 ‘그 사람도 참 괜찮은 것 같던데…’라거나 ‘이런 사람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넌지시 의중을 밝히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어떤 때는 목소리를 착 낮춰 혼잣말하듯 해 잘 들리지 않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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