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정위 계좌추적권 3년간 재도입키로

정부와 여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위해 금융거래 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3년간 재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거래정보 요구대상을 은행 등 금융회사의 특정 점포로 제한하고 계좌추적을 통해 얻은 정보 누설 시 벌칙조항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열린우리당은 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종 합의했다.

당정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해 조속히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당정합의에 따르면 공정위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할 때 3년간(법 시행 이후 2007년말 또는 2008년초까지) 한시적으로 계좌추적권을 다시 갖게 된다.

당정은 계좌추적권의 남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 본점이 아닌 특정 점포에 대해서만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정보를 누설할 경우 징역 5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 2월 시한이 끝난 계좌추적권의 연장을 위해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과 재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홍재형(洪在馨)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계좌추적권에 대한 재계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3년 후에는 다시 도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또 자산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이 순자산 25% 넘게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하되 4가지 졸업기준을 도입하고 예외인정 제도를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허용 범위(현행 30%)를 2006년 4월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15%까지 축소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하도급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홍 의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올 정기국회에 하도급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