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대표’에서 초선으로 권영길 의원

  •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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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權永吉·사진) 민주노동당 대표가 6일 당 대회를 끝으로 1997년 국민승리21 출범 이후 7년간 지켜 온 진보정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대통령선거에 두 번 도전했고, 지난 총선에서는 44년 만의 원내 진출이라는 진보정당의 꿈을 이뤄낸 권 대표는 당내에서 ‘영원한 대표’로 통한다. 노선 경쟁이 치열한 진보정당을 특유의 친화력과 조정력으로 이끌며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달 31일 처음 입주한 국회 의원회관 325호실에서 기자와 만나 “7년간 당원들이 저를 믿고 아낌없이 애정을 보내준 덕에 오늘의 제가 있다”는 말로 ‘퇴임의 변’을 시작했다. 이어 후임 대표를 향해 “당내외의 다양한 견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제도화시켜 나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통합 조정력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당 소유의 공용차를 반납하고 쏘나타 승용차를 구입했다.

‘만년 대표’에서 ‘지역구 초선 의원’으로 변신하게 된 권 대표는 “경조사를 찾아다니거나 지역 유지들과 술 마시며 인맥을 쌓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차원이 다른 지역구 활동으로 민노당의 지역구 개척에 앞장서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7년간의 대표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를 꼽았다. “1997년 대선 패배 직후 남은 10여명의 상근자들이 겨울비를 맞으며 성북동 골방으로 이삿짐을 옮겼습니다. 당시 ‘우리는 패잔병이 아니라 대장정을 시작하는 용사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진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대선 때마다 ‘권영길은 누구 당선에 걸림돌이다’던 일부 주장도 가슴 아픈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원내 정당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기회와 시련을 함께 내포한 ‘양날의 칼’이란 점을 의식한 듯 “국민과 지지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민노당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도 그는 “국회의원 10명이 이룰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과욕을 부리거나 조급히 굴어선 안 된다”며 “노동자 농민 서민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할 때에만 의원과 당이 모두 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난의 길이 곧 영광의 길이란 생각으로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통일 청사진을 그리는 데 기여하고, 우리나라 외교가 제자리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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