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만찬 표정…청와대에 울린 “산자여 따르라”

  • 입력 2004년 5월 30일 18시 51분


29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및 중앙위원 초청 만찬은 전승 축하연을 연상케 하는 들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일부 의원은 식사 도중 테이블에서 갑자기 한꺼번에 일어나 ‘건배’를 외치는 등 대학교 MT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시위현장도 파업현장도 아닌 청와대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함께 한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한반도 전체에 울려 퍼져 나가고 있었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을….’

만찬에 참석했던 정봉주(鄭鳳株·서울 노원갑) 당선자가 30일 친노 정치포털사이트 ‘서프라이즈’에 띄워놓은 ‘청와대 만찬 감상기’의 일부다. 정 당선자는 “민주화운동세력, 개혁세력이 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음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오후 6시부터 30분간 영빈관 1층에서 참석자들과 다과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이 일렬로 늘어섰던 과거와 달리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행사장을 직접 돌며 당선자들에게 “축하한다”고 인사하고 일일이 악수를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미경(李美卿) 김현미(金賢美) 선병렬(宣炳烈) 당선자와는 포옹까지 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만찬에 앞서 영화 ‘반지의 제왕’과 ‘아라한 장풍대작전’ 포스터를 패러디한, ‘사상 최고의 개혁이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귀환’, ‘노무현 민생장풍 대작전’ 등의 문구가 쓰인 포스터 두 점을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도 만찬에 앞서 인사말에서 “너무 좋다”며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고 맺음말에서는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하자”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152석이 참 좋은 것 같다. 더 확실한 승리를 했다면 어쩌면 큰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며 긴장감을 잃지 말고 ‘안전 운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후 참석자 전원에게 영국 노동당의 실용적 사회개혁정책 방향 등 ‘제3의 길’을 담은 책 ‘노동의 미래’(앤서니 기든스 저·신광영 역)와 ‘노무현 시계’를 선물했다.

○…만찬에서는 사회자인 김부겸(金富謙) 당의장비서실장의 권유로 여러 사람이 독창 및 합창에 나서 만찬장은 ‘노래 한마당’으로 변모했다.

김 실장이 먼저 “김희선(金希宣) 언니’를 비롯한 여성 의원들이 합창단을 만들었다”며 26명의 여성의원과 중앙위원들을 불러 세워 노래를 청하자 이들은 ‘만남’을 부르기 시작했다. 권 여사도 동참해 마이크를 잡고 한 소절을 거들었고, 김희선 의원의 열정적 지휘에 무용을 전공한 ‘춤꾼’ 강혜숙 의원의 가벼운 안무가 곁들여졌다. 이광철(李光喆·전북 전주 완산을) 당선자는 ‘코믹 심청가’ ‘여러분’ ‘마누라송’으로 이어지는 3곡을 열창하며 흥을 돋웠다.

이어 김 실장이 “42세 이하 ‘386’들 다 나오라”고 불러내자 33명의 젊은 당선자와 중앙위원이 앞에 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김 실장이 내친 김에 노 대통령에게도 한 곡을 청하자 노 대통령은 ‘허공’을 부른 뒤 앙코르와 함께 큰 박수를 받자 “밴드 없이 맨입으로 불러서 미안하다”며 애창곡인 ‘부산 갈매기’로 화답했다.

이어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윤복희의 ‘웃는 얼굴 다정해도’라는 노래를 불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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