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총대에 적합하지 않으니 물러났지…"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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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 시민사회로의 복귀의 의미로 27일 오후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고건전국무총리가  17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오찬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퇴임후 시민사회로의 복귀의 의미로 27일 오후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고건전국무총리가 17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오찬을 나누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노 대통령이 필요한 인물은 악역을 자처하면서 총대를 대신 매줄 사람인데, 고 총리는 거기에 합당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

고건 전 국무총리를 27일 만난 한 지인이 밝힌 총리직 사퇴 배경이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퇴임 후 첫 외부접촉을 갖고 총리사퇴 이후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난 1년3개월을 회고해 볼 때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사건이 3개나 연달아 터져 누구보다 힘들었다”면서 “국회나 여당이 제대로 서지 못하는데 국정을 누구랑 협의해야 하나 괴로울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고 전 총리가 말하는 3가지 사건은 탄핵사태와 재신임 문제, 여당의 부재(?).

그는 ‘노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대해 '오해'라며 “총선 후 사임하겠다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이미 여러 차례 말했고 그 약속을 지킨 것뿐인데, 장관 제청권 행사거부 문제 때문에 사퇴한 것처럼 보여 마지막까지 견디기 힘들었다"고 참석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향후 활동에 대해 "정치에는 더 이상 뜻이 없다"면서 "명지대 석좌교수 직함을 유지하면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 지하철로 왔다. 서울시장일 때도 지하철로 출퇴근했는데 그 땐 시민들이 몰라봐 아쉬웠다"고 입을 연 뒤 "'닮은 사람이겠지, 설마 진짜 시장이겠나'하는 반응이더니 이제 벼슬 떼고 나니까 진짜 나인줄 알아봐 반갑더라"고 말했다.

이날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오찬에는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전 농림부장관)와 송보경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 이규황 전경련 전무, 이행자 대한YMCA연합회장 등 10여명이 참석해 시종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편 지난 26일 총리공관에서 나와 종로구 동숭동 전세 빌라로 이사한 고 전 총리는 조만간 연지동 여전도회관에 개인 사무실을 열 계획이다.

박은아 동아닷컴기자 eunap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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