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성격 변화, 정부 입장 뭔가

  •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33분


찰스 캠벨 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이 엊그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는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주한미군의 기능 및 성격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캠벨 참모장은 더 나아가 “21세기 한미 연합군은 인도주의적 작전이나 동북아 평화유지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미동맹의 본질적 변화까지 염두에 둔 듯했다.

그동안 한미간에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부터 묻고 싶다. 주한미군에 대북(對北) 억지력이라는 기존 임무에 더해 지역적 우발상황에 대처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중대 사안을 미군 고위 장성이 작심한 듯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밝힌 배경이 석연치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나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첨단화된 기동군으로의 군 구조개편 및 해외기지 통폐합을 추진해 온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구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닐지 모른다. 문제는 한미 양국이 장기 비전을 공유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이 한미간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나온 것이라면 두 나라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만약 그런 논의가 있었다면 정부는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한미동맹의 장기적 밑그림은 어떻게 그릴 것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지탱하고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핵심이었다. 그런 동맹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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