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교체說 솔솔…여권 일각 “제역할 못한다”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55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개각이 가시화되면서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의 교체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정원장 교체론은 국가와 정부 및 정권의 운영을 지원하는 ‘백업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쪽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고 원장 체제 아래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잡음 없이 운영돼 왔다. 과거 정보기관이 시달려 온 ‘국정개입 시비’에서도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국정원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탄핵정국과 4·15총선 등 대사를 치르면서 과거 여권이 누렸던 ‘정보 프리미엄’은 물론 각종 정책 판단의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권의 한 인사는 “고 원장이 조직을 잘 몰라 겉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인사는 “노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무능력이 필요하다”며 “법조인 출신이면서 정치를 아는 인사가 와야 한다”고 후임 인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교체론에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별다른 대과(大過) 없이 국정원을 운영해 왔는데 무슨 명분으로 바꾸느냐는 주장이다. “과거 정보기관의 기능을 전제로 현재의 국정원을 보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과는 달리 국정원의 정보 수집력이나 정권안보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의 교체문제를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고 원장과 내부 인사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했던 서동만(徐東晩) 전 기조실장이 올해 2월 퇴진한 직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이 386참모그룹과 가까운 서 전 실장 대신 고 원장 손을 들어주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승리로 힘이 커진 386 참모그룹의 고 원장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전 실장과의 대립 때 고 원장의 손을 들어준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