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파견]일본이 미군 ‘亞중심기지’ 되나

  • 입력 2004년 5월 17일 23시 26분


올해 들어 일본 언론들은 주일미군의 위상변화를 감지케 하는 보도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미국이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주일미군을 ‘아시아의 허브 기지’로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할 정도였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미 본토 서부 워싱턴주의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일본으로 옮기고 △사령관에 육군대장을 임명하며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내용.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미군과 자위대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일본을 아시아의 핵심기지로 격상시켜 한반도와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비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구상”이라고 해석했다.

미 1군단은 미 육군의 핵심 실전부대 중 하나로 제1특수작전군, 제2보병사단, 제1여단 등을 산하에 두고 있으며 환태평양 지역의 긴급작전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미국은 실제로 본토의 1군단 사령부를 도쿄(東京) 인근 자마(座間) 기지로 옮기는 방안을 일본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1군단 사령관은 중장이며, 주일미군 사령관은 전통적으로 소장이 맡아왔다. 또 주일미군을 총괄하는 미 태평양육군(USARPAC) 사령관도 중장이어서 1군단이 자마 기지로 옮기면서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한미군 사령관 이외에 대장 자리가 하나 더 신설되는 셈이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10일 동북아 순방의 일환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내용의 주일미군 재편안을 전달했고,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상반기 중 공식 제안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다급해지자 미국은 최근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 1000명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병력 1만7000명 중 3000여명은 이미 이라크로 이동 배치한 상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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