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인사 '탈 정치' 뚜렷

  • 입력 2004년 5월 17일 17시 44분


청와대는 17일 전날의 수석비서관급 인선 발표에 이어 16명의 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집권 2기 진용을 갖췄다.

이번 비서관급 인사에서는 7명을 외부에서 신규 임용했고, 9명은 내부에서 자리를 이동했거나 승진한 경우다.

집권 2기 청와대의 비서관급 진용은 1기 청와대에 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이 대거 퇴장하고, 그 대신 관료 출신과 전문가 그룹이 다수를 차지하는 '실무형'으로 개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정과제위원회의 비서관급 8명을 제외하고, 청와대 내에서 근무하는 40명의 비서관 중 관료출신은 10명에서 14명으로 늘었고, 대학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은 11명에 이른다.

반면 노 대통령의 캠프 출신 측근은 이호철(李鎬喆) 전 민정비서관,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 등이 모두 청와대를 떠나면서 이제 윤태영(尹太瀛) 대변인, 천호선(千皓宣) 의전비서관 등에 4,5명에 불과하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출신도 11명으로, 청와대의 '탈(脫) 정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비서관급 인선 과정에서는 4·15 총선에서 낙선한 정윤재(鄭允在), 최인호(崔仁昊) 씨 등 옛 측근 4명이 영입대상에 올랐으나, 모두 청와대에 들어오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또한 열린우리당 쪽에서 4명을 추천했으나 이들 역시 진입에 실패했다.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짜야 하는 집권 초기에는 노심(盧心)에 정통하고 충성심이 강한 측근들이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으나, 집권 중반기에 들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실무능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비서관급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리더십 비서관'이라는 직책이 신설된 점이다. 리더십 비서관은 최고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를 연구하면서 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역할을 할 예정. 노 대통령이 극찬한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라는 책을 쓴 이주흠(李柱欽) 외교통상부 아태국 심의관이 이 자리를 맡게 됐다. 근무장소도 청와대 본관 2층으로 수시로 노 대통령을 접할 것으로 보인다.

차의환(車義煥) 혁신관리비서관 역시 국무총리실 심사평가 2심의관을 지냈고, 노 대통령이 탐독한 '정책평가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썼다.

한편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權良淑)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1, 2부속실장은 적임자를 찾지 못해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제1부속실장의 경우 9개월동안 공석 중이며, 김경윤(金敬倫) 제 2부속실장은 이번 개편에 앞서 사퇴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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