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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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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기 구상이 담긴 15일의 대국민 담화에서 노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대통령으로서의 입지 회복과 국회 과반의석 확보를 발판으로 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일상적인 국정관리는 내각에 맡기고 정치현안의 해결은 열린우리당에 일임하되 자신은 취임 이후 구상해 온 중장기 개혁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상생의 정치 추구하되 정치현안에서 손 뗀다=노 대통령은 정치문제에서는 가급적 손을 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4·15총선을 통해 과거 3김식 정치를 주도했던 여야의 중진들이 대거 퇴장하고, 17대 국회가 정치신인들이 주도하는 형국이 된 만큼 이제 자신이 앞장서지 않아도 되겠다는 얘기다.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약속하고, 상대를 존중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규칙에 따른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강조했다.
앞으로 대야(對野) 관계에 있어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국회 과반의석이라는 유리한 입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의 ‘상생의 정치’ 약속은 당장 한나라당이 극력 반대하는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문제를 놓고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사전 배포 원고에 있던 “야당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겠다”는 대목을 노 대통령이 읽지 않은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 정치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개혁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당장 서둘러야 할 우선적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설령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해선 “필요한 시기에 생각을 정리해 말하겠다”고 밝혀 나름의 복안이 있음을 내비쳤다.
▽당분간은 경제 문제에 전력 기울인다=노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의 후반부 절반가량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미리 배포된 원고에서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은 3분의 1가량이었다.
그러나 초점은 당장의 경기 회복보다는 기술혁신이나 시장개혁 등 중장기적인 경제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맞춰져 있다. 꾸준한 개혁을 통해 경제의 틀을 바꾸고 장기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가 선정한 올해 하반기 주요 역점과제도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NIS) 구축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수립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2005년 부동산종합세 도입을 위한 분양가 대책 및 개발이익 환수방안 마련 등으로 경제분야의 큰 틀을 새로 짜는 데 집중돼 있다.
▽공직사회, 개혁 바람부나=노 대통령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정치, 행정분야의 모든 부조리를 말끔하게 정리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올해 하반기 사정(司正)의 칼날이 정치권에서 고위공직자 쪽으로 향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주력해 온 검찰이 최근 고위공직자의 비리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패방지위원회의 기능 강화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다 정부조직 개편을 비롯한 ‘정부혁신’ 드라이브가 걸릴 예정이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관료사회의 변화와 개혁이 선행돼야만 사회 전반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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