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죽다 살아난 느낌입니다 ㅎㅎㅎ"

  • 입력 2004년 5월 14일 16시 29분


코멘트
"盧대통령의 입당일자는 대략 20일 전후가 될 것"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4일 오후 인터넷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와 가진 채팅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당 시점에 관해 언급했다.

이날 오후 3시 58분 수천여명의 네티즌들이 참관한 가운데 채팅방에 입장한 그는 90여분 동안 다양한 정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의장은 이날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 당의장실에서 채팅에 참가했다.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가 인사를 부탁하자 "안녕하십니까, 네티즌 여러분. 여러분 덕분에 대통령께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필귀정입니다"라며 "국민의 일반정서와 권위있는 헌법기관의 판단이 일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헌재 재판관님들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탄핵 기각 이후 63일동안의 소감을 묻자 "불과 두 달전이지만 아득하게 느껴진다"며 "참 별 일이 다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하다보니 탱크에 의한 쿠데타만이 아니라 숫자에 의한 쿠데타도 가능하단 것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우리 사전에서 '쿠데타'란 말은 사라져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못난 정치인들이 저지른 과오를 현명한 국민들이 참여의 힘으로 극복해 주셨다"며 "국민은 위대하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탄핵 기각 전에 이미 4월 15일, 국민 배심원들에 의해 탄핵은 기각됐다"며 "따라서 5월 14일 10시보다 4월 15일 오후 6시가 더욱 감격적인 시간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죽다 살아난 느낌입니다 ㅎㅎㅎ"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 복귀에 대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함께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는 서 대표가 "53년생이시냐?"고 묻자 "나이 얘긴 하지 말자. 마음으론 아직 대학교 3학년"이라고 했다.

그는 당-청와대-정부간 관계 설정에 대해선 "그 동안엔 '정신적 여당'이었지만 다음 주부턴 '실질적이고 힘 있는 여당'이 된다"며 "청와대와 정부, 당과 원내 우리당은 일체가 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입당하시는대로 당 지도부와 정례 회동을 할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 국정 주요 과제들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과 관련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며 "실천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구호와 깃발보단 실질적인 성과가 중요하다"며 "개혁 과제들을 알차게 다듬고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민생경제 총력 △부패방지법 개선 △국가 투명성지수 확보 등에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152석 과반수를 가지고 이런 일들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17대 국회 임기 첫 해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주요 개혁은 올해 안에 추진할 것"이라며 "아마 11월쯤 개혁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의 내용도 상향식으로 채워갈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내용을 제시하고 따라오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했다.

정의장은 또 "언론개혁은 법과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와 국민 참여를 통해 내용을 채우고 공감대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언론개혁 자문위원단' 회의가 당사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비단 이뿐 아니라 모든 개혁 과제들을 상향식으로 추진하겠단 얘기"라고 덧붙였다.

서 대표가 "오늘 성명서에서 탄핵을 주도한 세력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라고 하자, 정의장은 "오늘 불철저하지만 사과를 하기는 했다"고 대답했다.

정의장은 '한나라당과의 상생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생이란 말은 한나라당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의사 진행 절차를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헌재 판결과 관련해 "한 외신에서 '코미디 같은 탄핵'이라고 논평한 걸 본 적이 있다"며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저질러놓은 사람들을 상대로 헌재가 너무 진지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좀 긴장됐다"며 "끝날 때도 환호할 기분은 아니었다"고 했다. "뭔가 허무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정의장은 '당의장직 사퇴설'과 '입각설'에 대해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된 날에 제 거취 문제가 논의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입장 밝히길 꺼렸다.

서 대표가 "동아일보에선 입각을 안한다고 얘기했는데 맞는 얘기냐"고 묻자 "저는 그동안 '탄핵 결정 이전엔 입각이든 개편이든 적절치 않다'고 한결같이 말해왔다"고 대답했다. 이 대목에서 서 대표는 "요즘 조중동의 마술도 예전같지가 않아서…"라고 한마디 했다.

정의장은 이어 "오늘로 집권2기가 시작됐다"며 "진성 기간당원도 만들어야 하고, 당 뼈대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당의 새 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며 '입각'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정의장은 열린우리당내 '대통령 직계'의 존재에 대해선 "대통령이 옳은 길을 가는 이상 열린우리당의 모든 의원은 '노무현 직계'"라고 했다.

그는 "채팅이 끝난 뒤 노대통령과 통화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하고 축하하겠다"고 했다.

정의장은 또 "언론개혁은 법과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합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의견이라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가 "네티즌들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 거부감을 갖는 건, 조선일보가 언론이 아니라 정치집단이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정의장은 "네티즌들의 정서와 인식을 이해한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정의장은 '노대통령의 장점'으로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원칙"을 꼽았다.

그는 "노대통령이 종로 보선에 나왔을 때 찬조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그때 정치선배로서 '노무현의 길'을 나도 따르겠다고 말했다"라고 했다.

그는 정형근·정범구 의원이 제기한 '우리당의 이념적 소멸' 및 '한나라당-민노당 체제 재편론'에 대해 "우리 국민은 '열정적'이지만 '극단적'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온건하고 개혁적인 우리당을 가장 많이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우리가 교만하지 않는다면 영속적인 정당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장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 "당내에 '국민통합실천위원회'를 만들어 갈등 과제들을 통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병동의안을 처리할 당시엔 전쟁이 종료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은 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미국내 여론도 포로학대 문제등으로 좀 달라진 것 같다"며 "따라서 재검토는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정의장은 스스로 당의 이념좌표로 표방한 '실용주의'에 대해선 "정확하게는 '실용 개혁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실용주의는 추구할 '가치'를 말하지만, '실용적 개혁'에서의 실용은 '수단과 방법'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다만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방법론과 관련 "국민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에 대해 우선 개정한 뒤,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점진적이지만 오히려 빠른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정기 국회에서 보안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채팅에서 정의장은 사생활 공개에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83세 어머님과 아내, 대학 1년생 아들, 고3 둘째아들이 나의 가족"이라는 그는 "13대째 종손이고, 어머님께서 아들만 아홉 명을 낳으셨다"고 밝혔다.

원래 다섯째라는 그는 "6.25전쟁 때 위로 있는 형 넷을 모두 잃어서 지금은 제가 장남"이라고도 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 "아내가 미스테리 중 하나라고 말한다"며 웃어넘겼다.

'양성평등'에 대해선 "부분적으로 실천한다"며 "정신은 완전한데 팔다리가 안 따라줄 때가 많다"고 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