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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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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는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재경부 출신 관료들이 산하 단체장이나 협회장 그리고 금융기관장 등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낙하산식 인사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21일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한국마사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 88곳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관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이처럼 퇴직 고위 공무원들이 관련 산하단체나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본보가 1급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전히 상당수가 정부 부처의 산하 기관이나 관련 단체의 고위직에 진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진출은 경제부처일수록 두드러졌다. 산하 기관이나 업무 관련성이 있는 단체에 재취업한 퇴직 1급 공무원 37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명(48.6%)이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 경제부처 출신이었다.
단일 부처로는 행정자치부가 가장 많았다. 참여정부 출범 후 부처 중 가장 많은 14명의 1급 간부가 퇴직했으며 이 중 6명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나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산하기관이나 관련 단체에 재취업했다.
이에 대해 학자, 시민단체 등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무원들은 ‘공무원 출신이 오히려 검증된 최고 적임자일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균관대 유민봉(庾敏鳳) 행정학과 교수는 산하 기관 직원들의 사기 문제와 국가적인 자원배분 측면에서 ‘낙하산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유 교수는 “조직에서 한 명의 승진 인사는 다섯 명의 후속인사가 뒤따른다”며 “따라서 퇴직 고위 공무원 한 명이 산하 기관으로 가면 해당 기관의 다섯 명은 승진 또는 영전의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와 연관된 기관들은 관련 정부 부처의 간부를 영입하면 예산과 인원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최한수 간사는 “정부 부처의 산하 단체가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당연직으로 가는 자리로 굳어질수록 산하 단체의 개선은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낙하산으로 부임한 퇴직 고위 공무원들은 다음에 낙하산으로 부임할 후배 공무원이 올 때까지 현상유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공무원들은 “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두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중앙인사위원회 이성렬(李星烈) 사무처장은 “정부 산하기관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공공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조직으로 순수한 민간조직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의 경우 공무원 출신이 오히려 적임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외국도 우리 공직자윤리법과 비슷하게 관련 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제한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에의 취업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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