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2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국의 중국쏠림 현상▼
▽김태효 교수=‘중국이냐 미국이냐’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보수, 진보와 무관하게 한국의 외교적 지향점은 정해져 있다. 한미동맹의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투자 및 무역에서 중국 비중이 커짐에 따라 외교에서 정체성 위기가 과도하게 확산됐다. 국내에서 이런 문제로 과도하게 대립하면 미국과 중국이 불편해 할 수 있다.
▽정재호 교수=중국의 압도적 영향력은 마늘 분쟁 당시 감지됐다. 중국은 중국산 마늘의 수입을 한국이 제한하려하자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급증하는 경제 분야의 중국 의존도가 외교적으로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전략적 이득을 얻기 위해 (미국에 대해) 전술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어떻게 볼까▼
▽정=90년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의 미국 선호가 중국을 넘어선 적이 없다. 다만 한국 엘리트의 중국 중시 성향은 서서히 나타났다. 지금의 중국 중시 현상은 과거 주변부에 있던 세력이 한국 사회의 중심으로 편입되면서 인식의 틀이 바뀐 데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것이다.
용미(用美)론이 자주 거론되지만 실제로 미국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모색이 없었다.
▽김=미국의 패권이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꿰뚫은 중국은 전략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시아의 일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의 개입정책을 구조적으로 수용했다. 미국의 패권유지 정책이 동북아에서 중국을 ‘포위’하지 않으면서 동북아 다자구조에 편입시킨다는 점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정=한미동맹 밑그림이 정해졌다지만 문제는 그 물감이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동맹의 성격이 대북한 억지력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군으로 바뀌는 전략적 의미는 중요하다.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엔 중국-대만간 양안(兩岸) 분쟁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군사 개입을 결정한 뒤 주한미군 기지를 사용한다면 중국은 이를 적대행위로 간주할 것이다. 중국 전문가는 새 주한미군 기지가 (서해상의) 평택이라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의 종합적 국력이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서긴 힘들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힘은 그보다 일찍 나타날 것이다. 2020년 아니 2015년에 가서 중국에 어떻게 대처할지 각론을 준비해야 한다.
![]() |
▽김=한국으로선 미국과 중국이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야 양국 사이에서의 딜레마가 줄어든다. 대만문제의 경우 일본이란 완충장치가 있다. 미국에겐 동북아 개입의 제1 파트너는 일본이며, 한국은 보조장치다.
▼등거리외교 가능한가▼
▽정=우리는 외교를 논할 때 손이나 발보다 입이 앞서왔다. (미중을) 활용한다고 하지만 (그들로부터) 이용당하지 않으면서 잘 방어한다면 다행이다. 등거리 외교는 불가능하다.
한국의 독자적 결정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지역안정군으로 재편됐을 때 미국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제대로 초청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특정한 현안에 대해 ‘한국의 정책’을 결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미중간 갈등이 있어도 ‘한국의 정책은 원래 그랬다’며 영향을 안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김=한미동맹의 수정이나 약화를 통해 중국과의 등거리 외교가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고 자충수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역할 조정이 가능하다.
일본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국가경쟁력을 키우며 대미관계의 평등성을 확보해왔다. 대등한 한미관계도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 당부한다▼
▽정=관중을 의식해야 한다. 중국은 요즘 한미관계 50년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이 힘을 갖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했던 것과 똑같이 우리에게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이 미국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국이 앞으로 한국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 정부는 외교 현안이 발생했을 때 너무 급박히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고구려사 문제도 너무 빨리 반응하느라 결과적으로 ‘민간 연구일 뿐’이라는 중국 입장에 동조했다.
워싱턴과 베이징엔 미중관계만 모니터 하는 외교관이 나가 있어야 한다. 워싱턴에서 미중관계나 중국 문제 세미나엔 한국대사관 직원이 참석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김=한국은 분단 상황이 국가 결집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세대 갈등 문제도 있다. 따라서 ‘여론’이란 변수가 국가의 정책 결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선 미일동맹 틀 안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중국 러시아 북한은 정부가 여론을 주도하는 나라들이다. 한국 정부의 과제는 여론에 귀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일정한 방향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는 것이다.
정리=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