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물갈이 바람’에 날아간 巨物들

  • 입력 2004년 4월 15일 23시 19분


이번 총선에선 거물급 현직 의원들이 대거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兩强) 구도로 진행되면서 패배했다.

지역주의 타파의 기치를 내걸고 서울의 지역구 대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후보 등에게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조 대표는 패배가 확정되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대구시민을 탓할 수는 없으나 지역주의의 벽 때문이 아니라 자기 고향 출신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낙선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선대위원장으로서 ‘3보1배’의 고행을 마다않고 당의 부활에 몸을 던졌으나 정작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선 열린우리당 김형주(金炯柱) 후보에게 밀려 떨어졌다.

추 의원은 측근들에게서 낙선이 확실시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 혼자 당선되고 다른 사람들이 낙선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16대까지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도 민주당 현역 의원의 낙선 사태가 빚어졌다.

전남 고흥-보성에 출마한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 신중식(申仲植) 후보에게 밀렸다.

전북 고창-부안에선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전 원내총무가, 광주 북갑에선 6선의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의원이 떨어졌다. 전남 장흥-영암에 출마한 3선의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의원도 낙선했다.

또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성남 중원에 출마한 김태식(金台植) 국회 부의장도 열린우리당 이상락(李相樂) 후보에게 밀려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한편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의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경기 고양 일산갑에서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시소타기를 하다 결국 낙선했다.

3선인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서울 강동갑에서 한나라당 김충환(金忠環) 후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 밀렸으며, 3선인 서울 강북갑의 한나라당 김원길(金元吉) 의원도 떨어졌다.

경북 문경-예천의 3선인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 의원도 낙승할 것이란 예상이 깨지며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국환(辛國煥) 후보에게 밀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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