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7]열린우리 “촛불집회 폄훼 말라”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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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 일부 소장 의원들이 탄핵안 통과 이후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지도부가 총선을 의식해 ‘촛불시위’ 등 자발적 시민운동에 소극적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작심한 듯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어떻게 혼란이냐”며 “‘이한열의 피’로 6월 항쟁을 이끌어냈고 ‘노무현의 눈물’로 대선에서 승리했듯이 ‘임종석의 눈물’로 수구냉전 세력들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또 “정 의장이 발 빠르게 민생 현장을 찾는 것은 좋지만 단순히 의석수를 계산해 ‘부자 몸조심’ 같은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임종석(任鍾晳)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도 “민생행보가 헌정수호라는 큰 전선을 훼손할 수 있고, 국민의 분노를 선거전략 차원으로 격하시킬 수 있다. 시민들의 분노에 당이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지도부를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이에 대해 “그런 의견을 이해하지만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정안정을 위해 헌정중단 사태에 차분하게 대처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반박했다. 탄핵안 통과 이후 정 의장은 노란 잠바를 입고 촛불시위에 참가하거나 당원들이 조직적으로 집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은 논란 끝에 탄핵 이후 ‘전술’에 관한 문제는 당 지도부에 일임하되, 지도부가 헌정수호를 위한 전국순회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주 중에는 광주 5·18국립묘지와 부산 민주광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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