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대표 ‘극한 발언’ 옳지 않다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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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당 공천자 대회에서 “친노(親盧)-반노(反盧)간 사생결단의 장(場)이 된 총선에서 기필코 이겨야 한다”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총선 출마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말이라고 할지 모르나 탄핵을 놓고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려 있는 상황에서 제1당의 대표가 드러내 놓고 할 말은 아니다.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부를 뿐이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측근 비리, 경제 파탄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확신하고 탄핵안을 관철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총선은 총선답게 치르자고 호소해야 맞다. 갑자기 ‘친노 대 반노의 사투(死鬪)’를 들고 나와서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특정 정치세력이 그런 이분법적 전략으로 나온다고 해도 준열히 나무라야 옳은 것 아닌가. 그것이 거대 야당 대표가 할 일이다.

최 대표는 ‘극한 발언’을 하기보다는 어쩌다가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 절대 다수는 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30%대 이하다. 그럼에도 70%에 가까운 국민이 탄핵에 반대했다. 이들이 모두 ‘친노’가 아니라면 이유는 한나라당에 대해 실망한 탓이다. 대안세력으로서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다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최 대표는 당의 활로를 다른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수구 부패 정당의 이미지, 리더십 부재(不在)가 강경 투쟁의 그늘에 묻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탄핵정국을 빌미 삼아 당의 개혁을 적당히 넘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더욱 안된다. 그랬다가는 한나라당 또한 국민의 탄핵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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