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3월 1일 19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통령의 특정정당 공개지지 논란 ▼
노 대통령은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법적 시비는 물론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켰다. 즉 대통령은 이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 관계자가 만들었다는 ‘당(黨·열린우리당)-청(靑·청와대)-정(政·정부)의 협력을 강조하는 총선대책 문건’이 불거져 나와 관권선거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저 열린우리당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문제가 많다. 항상 새로운 화두를 제공해 쟁점화시킴으로써 논쟁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나가는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도 때로는 관권시비가 야기되는 대통령의 직책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 관련 발언은 적절치 않다.
우선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제60조에 의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무원이다. 가뜩이나 선거 때만 되면 행정부의 선심행정 등으로 관권시비가 일어 말썽이 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차단해야 할 대통령이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을 계속하면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통령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열린우리당의 당원이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입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법적으로는 무당적(無黨籍)인 대통령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과거 대통령들은 당 총재임에도 불구하고 당 공식행사 이외에는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당원도 아닌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대한 공개적 지지 발언을 하는 것은 법적 시비가 일기에 충분하다.
과거 대통령들에 대해 오히려 음성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관권선거를 했다고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말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시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쌓아 올린 ‘공정선거 관리’의 권위와 전통을 더욱 제고하는 차원에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선관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유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감시-비판 엄정하게 ▼
시민단체들도 관권선거 시비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관(官)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일 뿐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경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관의 선거 개입 여부는 최우선적인 감시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공명선거’ 실현을 위해서도 시민단체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시민단체의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선거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공정성에 있으며, 그 일차적 책임은 행정부에 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엄격한 선거법 준수를 통해 모범을 보일 때만 총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다.
김영래 아주대 교수·정치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