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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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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세미나 참석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는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좋게 보는 반면 국내 언론들은 (한국) 경제가 나쁘다고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 언론의 이런 보도 태도는 남의 애들은 야단치지 못하지만 자신의 애들은 야단치는 것과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에는 ‘한국 언론은 실제보다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으로 과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을 하지 않는 통계를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후 최악의 침체에 시달렸다. 경제성장률은 2.9%(추정치)로 3%에도 못 미쳐 세계 평균 성장률을 밑돌았다. 그나마 해외 경제가 살아난 데 힘입은 수출 호조가 없었다면 사정은 더 어려울 뻔했다. 신용불량자 수는 작년 말 현재 372만명으로 늘었고 올해 들어 더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세미나에서 노 대통령이 밝힌 노사문제에 대한 시각도 많은 경제전문가나 국민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불법분규와 근로손실일수가 각각 60%와 20% 줄었다”며 ‘선진화된 노사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거의 한결같이 투자의 걸림돌로 ‘전투적 노동운동’을 꼽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없다.
일찍이 로마의 줄리우스 카이사르가 말했듯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것이 인간의 일반적 속성이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지도자는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 경영학 분야를 비롯해 1000명 이상의 대학교수가 ‘경제 시국선언’까지 내놓으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나타낸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종식 경제부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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