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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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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다시 확인된 미국과 북한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과 시각차에 비춰볼 때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6자회담은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북-미간의 갈등을 관리하면서 본질적인 해결은 차후로 미루는 장기 회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회담 성과=이번에 채택된 의장성명은 2002년 10월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해 북핵 위기가 다시 불거진 이후 한반도 이해당사국이 핵문제에 관해 처음으로 작성한 합의문서이다. 참가국들이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비록 선언적일지라도 의미가 있다.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각국 실무자가 북핵 문제를 논의할 실무그룹을 출범키로 한 것이다. 실무그룹은 중국이 강조한 ‘구동존이(求同尊異·공통 의견을 찾지만 입장차는 존중한다)’라는 원칙에 입각해 각국의 입장차를 조율하며 회담의 상설화를 지향하는 기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의 한계와 전망=북-미간에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 켈리 차관보는 북측에 HEU를 이용한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나 북한의 김계관 부상은 “HEU는 미국이 조작해낸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이와 간련해 켈리 차관보는 “북한이 증거를 대라면 댈 수도 있었지만 김 부상이 그런 요구는 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회담 전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3단계 해법도 미국이 수용치 않아 진전되지 않았다.
이 차관보는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핵 활동을 동결할 경우 대북 중유제공을 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미국 일본이 지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론 미국이 이 같은 안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 같다.
일각에선 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북핵 문제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확실한 외교적 승리가 예상되지 않는 한 북핵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을 것이고, 북한은 미 대선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민주당의 승리를 기대하며 핵 포기를 뒤로 미룰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본질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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