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재산 신고부터 이래서야

  • 입력 2004년 2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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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할 때 2억6000만원에 이르는 자택 매각대금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재산공개 제도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청와대측은 총무비서관의 착오로 누락됐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년 전 취임 당시 노 대통령의 재산신고 총액은 2억552만원이었다. 이보다 많은 액수의 돈이 단순 실수로 누락됐다는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공직자윤리위원회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부터 재산공개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면 공직자 재산공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신고를 통해 노 대통령은 자녀들이 결혼할 때 형 건평씨에게서 1억5000만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역시 여러 의문을 자아낸다. 건평씨가 도와준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하고 노 대통령이나 자녀들이 증여세 등 관련 세금을 납부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청와대는 이 점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받은 봉급 가운데 1억5000만원을 저축했다고 공개했으며 상당수 고위공직자들도 ‘봉급 저축’을 재산증가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빠듯한 월급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 서민들로서는 ‘그렇다면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는 1년에 한번씩 하고 넘어가는 ‘통과의례’에 머물러 있다. 올해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니 ‘이런 재산공개를 해야 하는가’ 하는 차가운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당사자의 ‘양식’에 의존하는 현 제도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신고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대폭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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