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北-美 만찬장서도 核 설전

  • 입력 2004년 2월 25일 18시 51분


2차 6자회담 개막일인 25일 참가국 대표들이 기조발언을 하는 자리에서는 외교관례를 깬 파격이 꼬리를 물었다. 또 북한과 미국은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질의응답을 오랫동안 계속했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까지 설전이 이어져 북-미 양측 통역원이 수저에 손을 대지 못할 정도였다.

우선 ‘알파벳 순서’로 진행한다는 사전 합의에 따라 북한이 첫 기조발언에 나섰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특유의 느릿한 목소리로 통역시간을 포함해 19분간 발언했다. “우리의 핵 포기와 미국의 지원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 중국 대표에 이어 등장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무려 50분간 연설문을 읽어 내려갔다. 6개국의 기조발제문 낭독이 끝난 뒤 김 부상은 “질문이 있다”며 발언권을 신청했다. 질문은 15분간 계속됐고, 켈리 차관보는 20분간 답변했다. 1문1답 형식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가시 돋친 발언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 4시부터 1시간쯤 진행된 북-미 양자접촉에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두 사람은 만찬장에서도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날의 ‘제3라운드’를 진행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에 몰려든 전 세계 언론은 국가별로 다양한 관심 영역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은 무려 103명의 취재진을 회담장 주변과 북한 대사관 주변에 포진시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북한 기자들은 워낙 소수여서 북한 기자의 등장 자체가 뉴스였다. 회담장 주변 댜오위타이 호텔에선 중국 기자들이 “방금 다녀간 북한 기자를 인터뷰해야 한다”며 뒤쫓아 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은 통신사 기자들을 중심으로 10여명만이 취재에 나섰다. 이라크 문제와 대통령선거에 가려져 6자회담은 미국 언론의 관심 밖에 있는 듯했다.

베이징=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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