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한나라당 살아남으려면 수구-냉전파와 선그어야”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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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에서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여의도연구소가 마련한 심포지엄과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가 주최한 토론회 등에서 쏟아진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은 현재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념과 정체성을 찾아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이날 ‘선진국을 위한 선택’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고 핵심지지층의 이탈에 따른 당 지지도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주제발표에 나선 박효종(朴孝鍾) 서울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할 이념적 좌표로 ‘개혁적 신보수주의’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개혁적 신보수주의에 대해 △개혁의 당위성과 절박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보주의자들의 ‘판 갈아엎기’보다 역사의 연속성을 존중하고 △‘민주화의 추억’과 ‘불복종의 추억’ 못지않게 ‘건국의 추억’과 ‘산업화의 추억’을 중시하며 △열린 민족주의를 지키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전상인(全相仁) 한림대 교수는 “자기혁신이 부진하고 권력의지가 낮은 현재의 보수세력은 재기와 부활이 거의 절망적”이라며 “총선은 지난 대선의 반전이 아니라 (패배의 연속으로) 완결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인 윤상철(尹相喆) 한신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으로 살아남으려면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수용될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돼야 하며 수구세력, 비도덕적 상류층, 냉전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변하라=미래연대가 이날 개최한 ‘민심은 한나라당에 무엇을 원하는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한나라당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총선승리도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초청연사인 중앙일보 김두우(金斗宇) 논설위원은 한나라당의 현실인식에 대해 “옆 사람들은 다 중병이 걸린 것을 알고 있는데 대수술이 필요한 당사자만 모르는 격”이라며 “목숨을 걸고 영남부터 물갈이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영남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천심사위의 심사과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공천심사위가 박세환(朴世煥) 의원을 대구 수성을의 다른 신청자와 함께 공개토론을 하도록 한 데 대해 “내가 공천심사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당헌당규를 고쳤지만 이런 취지는 아니었다”며 “4성 장군 출신을 공개토론에 나오라고 하다니, 이렇게 모질 수가 있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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