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펀드]민씨 운영 병원 부도 피해자들 분노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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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민경찬씨가 거액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인 사건과 관련해 특히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민씨가 경기 김포시에서 운영하다가 부도를 낸 푸른솔병원 때문에 피해를 본 세입자, 채권자, 직원들이다.

김포 푸른솔병원 부지에는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 딸려 있다. 이곳에는 현재 2500만∼3000만원의 전세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13가구의 세입자들이 살고 있다.

이 다가구주택은 병원과 함께 다음달 17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 세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채권 금융기관 등에 변제 순위가 밀려 소액임차인으로 1600만원만 돌려받고 집을 비워야 하는 처지다.

2002년 5월 2500만원을 내고 전세를 든 한 세입자는 “작년 5월 계약이 끝난 뒤 몇 개월 동안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며 “보일러까지 고장 나 네 식구가 난로 1대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기 수원시에 있는 민씨의 집에까지 다녀왔지만 만날 수 없었다”며 “살길이 막막하던 차에 민씨가 수백억원의 투자자금을 모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분통이 터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씨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A은행은 2002년 8월 병원과 다가구주택을 담보로 36억원을 빌려줘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작년 5월부터 경매가 진행됐지만 번번이 유찰되면서 최저경매가가 18억여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대출을 담당했던 A은행 관계자는 “직접 병원에 가보니 개업한 지 얼마 안돼 환자가 늘고 있어 대출을 해줬는데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급속도로 경영 상태가 나빠졌다”며 “이런 상황이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씨가 병원을 자신이 낙찰 받겠다고 했다는데 대리인을 내세우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떻게 공개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닐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새마을금고도 민씨의 병원을 담보로 잡고 빌려준 수억원을 날릴 판이다.

푸른솔병원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혹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씨가 살던 다가구주택 305호에 머물고 있다.

퇴역 군인인 신모씨(70)는 푸른솔병원의 영안실 운영사업권을 인수하려다 민씨에게 4억5000만원을 떼였다.

신씨는 “민씨에게 돈을 준 뒤 현장에 가보니 건물에 전기와 수도도 안 들어오고 주민들도 영안실 영업을 반대하는 등 조건이 달라 돈을 되돌려 받기로 했다”며 “하지만 민씨는 아직까지 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민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02년 9월 서울 남부지원에서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허사였다.

김포=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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