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여권 ‘영남권 올인’ 가속페달

  • 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56분


여권이 4·15 총선에서 영남권 지역에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올인’(All-in·모든 것을 건다는 뜻)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영남 ‘대공세’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 교감을 갖고 일정 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측근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총선입후보자의 공직사퇴시한인 다음달 15일쯤 여권의 비밀병기가 속속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부산·경남=이전까지의 각개약진 방식으로는 ‘애석한 2위’에 그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아래 이제 집단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말 청와대 관저에서 부부동반으로 노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한 여권의 한 인사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부산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노 대통령은 ‘내게 맡겨 달라. 상황을 보고 풀 베팅을 할 생각이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박양수(朴洋洙) 조직위원장과 염동연(廉東淵) 전 대통령후보정무특보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8일 잇따라 “문 수석이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부산의 386 참모들에 따르면 여권은 부산 서부와 중부권에서 일종의 ‘노풍 벨트’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서갑 출마를 종용받고 있는 문 수석을 비롯해 신상우(辛相佑·강서을) 민주평통수석부의장, 이태일(李太一·사하을) 열린우리당 공동의장, 이헌만(李憲晩·사하갑) 전 경찰청차장 등이 전방벨트라는 얘기다. 중간벨트로는 아직 민주당 전국구 의원직을 갖고 있지만 최근 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난 김기재(金杞載·연제) 의원과 조영동(趙永東·부산진갑) 국정홍보처장, 김정길(金正吉·영도)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이 진을 친다는 것.

신상우 부의장은 “문재인 수석만 있는 게 아니다”고 말해 인적 총동원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날 도내 인사 400여명과 함께 열린우리당 입당식을 가진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말씀을 대통령께 드리겠다”며 물적(정책) 차원의 영남배려도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대구·경북=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 선언을 할 만큼 대선자금 파문 이후 ‘한나라당 아성’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여권이 전·현직 고위관료들의 출마를 집중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나라당 성향을 가진 유능한 인사들이 곧바로 열린우리당으로의 출마를 주저하는 점을 감안, 명망과 상징성을 가진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등을 우선 영입하는 ‘선(先) 팀워크 강화론’도 대두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들은 ‘내부인사’ 가운데 대구에서는 권기홍(權奇洪·달서을 또는 수성갑) 노동부 장관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경북 경산-청도에 윤덕홍(尹德弘) 전 교육부총리까지 출마를 결심해주면 하나의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이영탁(李永鐸·영주) 국무조정실장, 이병진(李炳珍·영천) 중앙경찰학교장, 김세호(金世浩·상주) 철도청장, 김광림(金光琳·안동) 재경부 차관도 결국 출마시키겠다는 것이 여권의 복안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李康哲) 상임중앙위원은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에게까지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이 위원은 “1·11 전당대회 이후에는 공조직 중심으로 영입 및 출마준비 작업을 지휘하고 나와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은 뒤에서 이를 도와주는 형태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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