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 물갈이…“지구당위장 사퇴후 공천신청 하라”

  • 입력 2003년 12월 2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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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26일 공천신청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공직후보자추천규정’을 당 운영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중앙당 차원의 전 지구당위원장 사퇴 결의나 다름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3선인 박헌기(朴憲基) 의원이 자신의 지구당사에서 총선 불출마 의사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윤영탁(尹榮卓·3선) 의원이 22일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혁명적인 공천 물갈이’가 본격화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혁명적인 공천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같은 표현에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물갈이가 급물살을 탈 것임을 암시한 예고편으로 보인다.

이날 한나라당이 마련한 공천규정에 따르면 공천은 공모→자격심사→단수후보자 또는 경선 후보군 선정→경선결과 심사→ 운영위 의결을 통한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공천규정에서는 당 지도부의 물갈이 의지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공천 배제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 놨다는 분석이다. 공천신청시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하게 함으로써 현역 프리미엄을 줄였고 여론조사나 자격 심사만으로 조건이 미달될 경우 현역 의원이라도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신인들에 대한 배려도 강조됐다. 상향식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은 물론 당 공천심사위가 여성이나 유능한 정치신인을 특별히 배려해 이들을 단수 후보로 추천할 수 있게 했다.

경선 역시 현역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공천심사위가 3인 이내의 후보군을 선정해 경선을 치를 경우 선거인단을 일반 국민 90%, 당원 10%로 구성하게 한 것.

자격심사도 비교적 까다롭게 했다. △당적 이탈 변경자 △이중 당적자 △금고 이상 형 선고 후 재판계류자 △파렴치 전과자 △부정 비리 관련자 △탈당 경선불복 등 해당 행위자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등을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경선단계에서 아예 배제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국회의원 경력자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전원 신인으로 추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날 운영위에서는 일부 운영위원들이 공천심사기준 등에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김영선(金映宣) 제2사무부총장은 “국회의원 경험이 비례대표 부적격 사유라면 형식논리상 국회의원을 범죄시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선거인단에서 당원 비율을 10%로 하는 것은 당을 지켜 온 당원 입장에서 감정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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