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패산 터널의 뼈아픈 교훈

동아일보 입력 2003-12-23 18:26수정 2009-10-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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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사패산 터널을 인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모처럼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 2년1개월 동안 중단됐던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사패산 터널을 둘러싼 혼란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손실과 함께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지난해 대선 당시 표를 얻고 보자는 생각에서 사패산 터널 백지화 공약을 한 것부터 잘못이다. “대통령이 되고 보니까 공사가 터널 부문만 남겨놓고 있더라”는 노 대통령의 고백은 대선공약이 치밀한 검토 없이 이루어졌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와 대선공약에 묶인 정부의 애매한 태도로 공사가 지연돼 국가가 치른 사회적 비용이 54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환경단체의 운동방식도 문제다. 환경 훼손 우려가 있다면 국책사업의 여론수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계획이 확정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여러 해 동안 공사를 진행할 때는 별말 없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공사를 방해하고 나서는 운동방식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부산 금정산 노선 변경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경부고속전철 공사와 방조제가 92%가량 완성된 단계에서 물막이공사가 중단된 새만금도 비슷한 사례다. 원자력발전에 전력생산의 40%를 의존하는 나라에서 대안도 없이 원전수거물관리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도 이번 기회에 돌이켜 볼 일이다.

환경단체와 함께 반대 농성을 벌였던 보성 스님이 “아무런 대안도 없는 맹목적인 환경운동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한 고언(苦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환경운동가들이 깨끗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충격을 받았다. 내가 현장을 비우면 그들이 차지하고 맹목적 반대를 할 것 같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는 보성 스님의 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를 더 이상 반쪽짜리 고속도로로 남겨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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