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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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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4당 대표간의 청와대 회동 직후 각당 수행진에 회동 내용을 브리핑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이날 1시간46분 동안 진행된 회동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으로 점철됐다. 사안에 따라 노 대통령-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김원기 열린우리당 공동의장-조순형 민주당 대표, 노 대통령-조 대표 등으로 전선(戰線)이 매번 옮겨졌다. 특히 조 대표는 각당 대표 중 유일하게 두툼한 서류봉투를 지참해 ‘쓴소리’에 활용했다.
회동 초반 노 대통령이 최 대표의 단식 농성을 화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으나 김 의장이 최 대표에게 “단식한 다음에는 독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보신”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최 대표는 “입을 닫고 있으란 말이냐”고 맞받았다.
당초 이날 회동 주제인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었다. 노 대통령은 “재건을 목표로 한 혼성부대 3000여명을 파병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국회에서 파병안을 처리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고 조 대표만이 “하지만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당장 눈앞의 건설 등 경제이익 챙기기 위해 파병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후 김 의장-조 대표가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은 위헌이다. 국민이 노 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뽑아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김 의장은 “조 대표가 지난해 대선 직후 민주당 해체를 제일 먼저 주장했는데 이런 말할 입장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우리당 입당은 당연한다”며 정면 반박했다. 이에 최 대표와 김 총재가 “나중에 하라”며 말리기도 했다. 김 의장은 회동 말미에 조 대표를 지칭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단지 회동에서 이런저런 말을 했다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놓고는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가 맞부딪쳤다. 최 대표가 “현재 검찰 수사는 공정하지 않다. 한나라당 지구당까지 조사했다고 한다”며 항변하자 노 대통령은 “검찰 수사는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며 맞섰다.
이에 최 대표가 회동 말미에 “기업들이 (검찰에) 불려가서 ‘야당에 돈 준 것을 불어라’라는 문초를 많이 당했다”고 주장하자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도 당하고 있다. 부당한 점이 있다면 (한나라당을 수사한) 그 검사를 고발하라”고 반박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조건부 정계 은퇴 고려 발언에 대해서는 각당 대표 대부분이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실현 가능성이 있겠나.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그런 발언을 했을 리는 없고…”라고 했고 김 의장은 “15일자 신문 1면에 나올 말을 나와 상의도 없이 해버렸다”며 사전 교감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노무현 대통령과 4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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