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두 前職통일장관 엇갈린 대북인식

입력 2003-12-11 18:29수정 2009-10-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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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한다.”(박재규·朴在圭 전 통일부 장관)

“이산가족끼리 끌어안고 울고, 또 남북간 체육대회를 연다고 해서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홍순영·洪淳瑛 전 통일부 장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박재규, 홍순영 두 전직 장관은 최근 서로 다른 공개석상에서 엇갈린 대북 인식을 드러냈다.

박 전 장관은 10일 임시정부 대일선전포고 62주년 기념식에서 “남북회담을 해 보니, 김 위원장은 체제유지에 위협만 없다면 북한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더라”며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반면 홍 전 장관의 대북 인식은 정반대였다. 그는 4일 ‘21세기 실버포럼’ 초청강연에서 “수차례 장관급 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은 지지부진하다”고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평화공존의 파트너가 되기 힘든 독재자이며, 원자(핵)무기를 손에 넣으려는 꿈을 하루도 버리지 않았다”고 깎아내렸다.

‘햇볕정책’을 추진했던 DJ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했던 두 사람의 시각차는 어쩌면 처했던 상황의 차이에서 연유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학자로서 북한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박 전 장관은 재임(1999년 12월∼2001년 3월) 중 주무각료로서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하는 행운을 가졌다. 분단 이후 남북관계가 가장 핑크빛이던 시기였다.

반면 남북정상회담 때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홍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9·11테러의 여파로 대북정책 추진 여건이 최악이던 상황에서 통일부(2001년 9월∼2002년 1월 재임)를 이끌었다. 그는 남북장관급 회담에 나가 북측 대표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두 사람이 상대한 김정일 정권이 본질 면에선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필요에 따라 대화에 응하며 대남정책에서 전술적 변화를 구사할 뿐,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정작 문제는 북한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 시대상황에 따라 진보와 보수 사이를 오락가락해왔다는 점이다. 박 전 장관과 홍 전 장관의 판이한 대북인식을 보면서 결국 우리가 각자의 기대에 바탕해 북한을 자기 편의대로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련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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