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당 대표 당선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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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趙舜衡) 의원이 28일 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당대표인 상임중앙위의장에 선출됐다.

조 후보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표경선 개표 결과, 전체 유효투표수 5025표 가운데 3119표를 얻어 2151를 얻는데 그친 추미애(秋美愛) 후보를 968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날 민주당이 당 개혁안과 함께 총선지도부를 선출함에 따라 분당 이후 위기에 빠졌던 민주당은 일단 안정세를 회복하면서 열린우리당과의 영입 및 개혁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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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金景梓) 장재식(張在植) 김영환(金榮煥) 후보는 이날 각각 1199표, 1150표, 888표를 얻어 3, 4, 5위로 상임중앙위원에 선출됐다.

이협(李協) 김영진(金泳鎭) 장성민(張誠珉) 후보는 각각 685 표, 581표, 27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조순형 대표 인터뷰▽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빼앗긴 정권의 절반을 되찾아 집권당의 지위를 회복하겠다."

28일 민주당호의 선장으로 선출된 조순형 신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은 자신을 당선시켰던 노 대통령과 신당 배신자들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될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문제 해법은.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부당한 처사다. 일단 거부권이 행사된 이상 재의결을 통해 다시 가결시키겠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론으로 입장을 정하겠다. 만에 하나 부결되더라도 민주당이 직접 또 다른 특검법을 제출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도 잘못하는 것이다."

-개혁은 인적 쇄신이 동반돼야 한다. 당의 화합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나.

"누가 누구를 공격하는 식의 세대교체는 있을 수 없다. 오직 당원들과 국민들만이 인적쇄신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개혁과 변화를 주도해온 민주당원들이 향후 당내 공직선거 및 경선에서, 또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쇄신을 이룩해 낼 것이다."

연설하는 추미애후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묘책은.

"지금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잇따른 실정으로 정치·경제·문화 모든 면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이 깨끗한 정치와 개혁적인 모습을 실천하면 반드시 국민들은 전통의 민주당에 제1당으로 만들 것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자신을 당선시켰던 노 대통령과 신당 배신자들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되어야 한다."

▽조순형 대표는='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소신파 5선 의원.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은 물론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들어서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힘 있는 자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대선 직후 개혁파의 입장에 서서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분열의 정치일 뿐이다"며 당을 지켰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비(非) 율사 출신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주로 활동하는 동안 날카로운 질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상가 조문 등 지역구 챙기기 보다는 의원회관을 지키며 공부하는 학구파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유석(維石) 조병옥(趙炳玉) 박사의 3남. 최근 TV토론에서 자신의 단점에 대해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2000년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으나 당시는 조직과 자금의 열세로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조순형 대표 당선의미와 전망▽

민주 전당대회

민주당이 28일 전당대회에서 조순형(趙舜衡) 대표 체제를 출범시킴으로써 분당 이후 와해 위기에 처했던 당의 전열 정비와 총선 지휘부 구축작업이 결실을 맺게 됐다.

그러나 전대 이후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개혁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등을 둘러싸고 극한대치에 빠져 있는 정국 해법을 제시하는 등 '신(新)4당 체제'에서의 정국주도권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의 진로와 과제=조 신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당의 화합을 역설해왔다. 실제 중도파와 정통모임 중진들이 고루 그를 지지한 데서 나타나듯 조 대표 체제는 당의 안정을 바탕으로 쇄신을 가속화하는 형태로 외부인사 영입과 공천 등의 작업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개혁과 쇄신을 통한 위기탈출을 부르짖었던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을 비롯한 당내 소장개혁파들은 "호남중심의 노인당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으면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당선을 장담키 어렵다"며 목청을 높일 태세여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구파인 정통모임측과 호남 중진들, 그리고 새 총선지도부간에 당면한 사고지구당 정비작업 등에서부터 알력이 표면화 될 경우 또 다시 당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범구(鄭範九) 의원에 이은 추가탈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열린 우리당은 특히 조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 지지도가 정체상태를 보일 경우 호남과 강원 지역 의원 등 7,8명을 다음달 중순까지 집단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정국과 타당에 미칠 여파=조 대표는 측근비리 특검법안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당론으로 재의결을 관철시킬 것을 역설해왔다. 이날 '넘버 2'에 오른 추미애 상임중앙위원도 "표결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지만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며 재의결 필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향후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특검법 재의결 관철 방침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특히 민주당 새 지도부가 특검법 재의결을 당론으로 정할 경우 비판여론이 적지 않은 장외투쟁을 접고 재의결을 통한 특검 관철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따라 국회 파행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서 정국은 특검정국으로 접어들고 이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맞물려 정국 유동성을 급속히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조 대표 체제를 기축으로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를 갖출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한나라당과 우리당도 전면적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속의 개혁'을 내세우는 기존 지도부의 입지를 바탕으로 물갈이와 개혁세력 영입을 추구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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