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초임大使 영어시험 봐서 선발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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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관장에 지원하려는 고참 외무공무원들 사이에 때 아닌 영어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초임 해외공관장 적격 심사의 하나로 새로운 방식의 영어시험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장 올 12월에 있을 해외공관장 인사에 지원하는 외무공무원 가운데 초임자들은24일 서울대 어학연구소에서 영어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은 쓰기(writing)와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 두 가지. 의사소통 능력시험은 만찬장에서의 상황을 모의훈련(simulation)하는 것으로 즉석연설과 주제발표 능력 등을 시험한다.

시험 결과는 P(pass·통과) 또는 F(failure·불합격) 두 가지로 구분된다.

외교부는 어학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관장 자격을 박탈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영어시험이 ‘대사 고시(考試)’로 불리고 있다. 특히 영어시험은 삼진아웃제 방식이어서 세 번 이상 미끄러지면 아예 공관장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내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험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하지만 응시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응시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평생 대사 자리를 바라보고 업무에 매진해 왔는데, 영어시험 하나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고참 외무관은 “대사는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게 기본이기는 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번 영어시험은 마치 사단장을 뽑는 데 소총사격 시험을 보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없지 않다. 이미 공관장을 한번 지낸 경우에는 영어능력과 상관없이 영어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이번 시험에서 탈락하면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 특히 비영어권 공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들의 불만이 큰 실정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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