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국군포로 부부 北送위기…한국대사관 뒤늦게 귀환 교섭 나서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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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한에 인접한 투먼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된 전용일씨. 6월 북한 탈출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 -사진제공 납북자가족모임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한에 인접한 투먼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된 전용일씨. 6월 북한 탈출에 성공한 직후의 모습. -사진제공 납북자가족모임
중국에서 위조여권을 이용해 한국으로 탈출하려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공안당국에 체포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전용일씨(72)와 최은희씨(68) 부부가 북한과 인접한 투먼(圖門)의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20일 이들 부부의 북송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전씨가 국군포로 출신임이 거의 확실해 중국측에 전씨 부부의 신변안전 보장과 한국 귀환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씨 부부가 압송된 투먼 탈북자 수용소는 북한 정보기관 관계자들과 국경수비대 병력들이 탈북자들의 인수를 위해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출입하는 사실상 북송 대기소여서 전씨 부부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전씨 부부를 투먼으로 보낸 것은 시간상으로 볼 때 중앙정부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체포된 탈북자에 대한 일반적 처리 지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전씨 부부의 한국행을 요청한 만큼 그들을 강제 북송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 부부는 9월 15일 북한을 탈출해 몇 차례 조선족 대리인을 통해 베이징(北京)의 한국 대사관에 자신의 신분과 한국행 의사를 밝혔으나 대사관측으로부터 “정부가 파악 중인 생존 국군포로 명단에 없는 만큼 신원 확인을 위해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듣고 저장성으로 이동해 위조여권을 이용해 항공편으로 입국하려다 체포됐다. 대사관측은 탈북 국군포로의 귀환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에 대해 “전씨가 직접 영사부로 들어와 망명 신청을 하지 않고 조선족 대리인을 내세웠으며, 신원조회를 할 동안 베이징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으나 브로커 등의 사주를 받고 위조여권으로 성급하게 귀국하려다 체포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씨의 귀국을 후원해온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에 따르면 경북 영천 출신인 전씨는 1951년 국군에 입대했으며 6사단 19연대 3대대 2중대 2소대에서 복무하다 53년 7월 강원도 김화군 제암산 고지 전투 중 북한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그는 고향에 유일한 혈육인 동생 전수일씨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정부, 中에 북송방지 요청▼

정부는 국군포로 전용일씨 부부가 중국에서 체포된 것과 관련해 중국정부측에 이들의 강제 북송을 막고 조속히 한국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외교통상부 정상기(丁相基) 아태국장은 이날 “현재 이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수용소로 끌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통해 이들의 강제북송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전씨의 국군포로 확인작업이 늦어진 것에 관해 “전씨의 대리인이 9월 말엔 주중 한국대사관 무관부 직원을, 10월에는 관계부처 직원을 각각 만났지만 전씨의 군번과 생년월일 등이 확실치 않아 확인작업이 늦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탈북 국군포로 관련 주중 한국대사관 일문일답
▶국군포로 탈북자 가족 "우리 형님이 확실하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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