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청와대…친서유출-파병내분 겹쳐 어수선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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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출범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임기 말 증후군’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이후 현안들이 정리되기는커녕 오히려 청와대 안팎에서 마찰음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악재가 터져 나오는 징크스 때문에 청와대는 뒤숭숭하다.

당장 ‘사실상 여당’인 통합신당의 인적쇄신 공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속수무책이다. 이광재(李光宰)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겨냥해 시작된 인적쇄신 요구는 이제 청와대 핵심인 M, Y, P씨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사실상 ‘전면 교체하라’는 압박이지만 청와대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특히 국정상황실은 이 실장이 사표 제출 직후 아예 연락을 끊고 출근하지 않고 있어 어수선한 상태다.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대미 친서 및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와 관련한 국가정보원 보고서가 야당의원에게 흘러나간 데 대해 출처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흘리지 않고서는 이런 국가기밀이 새나갈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청와대 핵심부는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정권 말기에나 있음직한 ‘권력누수’와 ‘줄 대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파병 문제도 난마처럼 얽혀 쉽사리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출국 전 파병 시기나 규모, 부대성격 등에 일절 추론하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청와대 안에는 파병논쟁이 한창이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참모진에 거듭 함구령을 내렸지만 파병을 반대하는 일부 참모들이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사퇴 불사’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특히 박주현(朴珠賢) 국민참여수석비서관은 파병에 적극적인 국방 외교라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 파병 논란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건(高建) 총리의 국회 ‘소신발언’까지 잇따르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총리가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대통령 친서 존재를 확인해 준 데 이어 “국정혼선의 책임이 대통령과 측근, 정부에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청와대는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에서는 “대통령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귀국 직후 국정쇄신을 위한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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