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신임 정국’ 혼란 빨리 매듭지어야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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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24일 귀국하는 대로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4당 대표들과 개별 회동을 갖는다고 한다. 아무쪼록 회동이 재신임 정국의 혼란을 매듭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은 목적도,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한 ‘재신임 논란’에 지쳐 있다.

회동에 앞서 대통령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대통령은 출국 전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는 정치적으로 타결하겠다’고 했다가 이 같은 발언이 국민투표 철회를 시사한 것처럼 비치자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국민투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4당 대표와의 회동도 국민투표 실시를 설득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뜻이 이렇다면 성공적인 회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백지 상태에서 이 문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꼭 재신임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지, 국민투표만 하면 국정난맥은 해소되는 것인지, 다른 방안은 없는지를 놓고 4당 대표들과 겸허한 마음으로 의견을 나눠야 한다.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이제는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 ‘선(先) 최도술 비리 규명, 후(後) 국민투표’를 내세우고 있으나 국민은 도대체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한나라당은 최씨 비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도 동원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다수당으로서 그럴 힘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투표 여부를 최씨 비리 규명과 연계시키지 말고 당당하게 찬반 의사를 밝혀야 한다.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통합신당은 본질적인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정신적 여당’임을 자처한다면 국민투표 강행이 몰고 올 파장부터 걱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민주당과 자민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동이 아무런 진전도 없이 정치공방만 되풀이하고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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