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국민투표'논란]대선 빚정리에 SK돈 썼을 가능성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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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송광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최도술씨 사건을 수사중인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날 대검 청사에서 걸어가고 있다.(오른쪽) -강병기기자
13일 송광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최도술씨 사건을 수사중인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날 대검 청사에서 걸어가고 있다.(오른쪽) -강병기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그동안 나온 다른 측근들 문제는 큰 부끄러움 없이 자신감을 갖고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이 경우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중도하차할 수도 있는 재신임 카드를 들고 나온 데 최씨 사건이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만약 최씨가 돈을 받았다면 노 대통령 선거자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회계책임자였던 최씨가 선거 후에 선거 빚을 정리하는 데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부산 선대위의 자금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선거운동원들이 밥을 외상으로 먹었다”면서 “나중에는 이것도 안돼 선거운동원들이 식당 주인에게 밀린 밥값을 달라고 재촉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돈 가뭄’ 사정 때문에 노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급히 부산에 내려오기도 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참모들이 이처럼 돈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정작 당시 노 후보는 돈 문제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일치된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돈 문제만큼은 ‘나 몰라라’하고 있었다”면서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이 ‘후보가 돈도 안 만들어 온다’고 불만을 터뜨렸을 때도 노 대통령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며 돼지저금통을 거론하면서 정치개혁이라는 큰 화두만 던졌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옛날에 노 대통령이 지방자치연구소를 할 때도 안희정(安熙正)이 여기 저기 손 벌리고 다녔으나 노 대통령은 돈을 별로 가져오지 않았다”고 기억하기도 했다.

물론 최씨 사건을 전적으로 개인 비리로 보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한 관계자는 “대선 빚이라면 대통령 당선 후에 선거공영제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돌려받은 돈으로 충당했을 것”이라며 대선자금 연계설을 일축했다.

한편 최씨 사건이 대선자금과 연계됐다 하더라도 적어도 한나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떳떳하다는 차원에서 노 대통령이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나오고 있다. 결국 이참에 선거자금 문제를 공론화시켜 국민에게서 떳떳하게 ‘대사면’을 받자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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