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국민투표' 논란]민주 “헌법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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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진퇴 사항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는 게 다수 의견이다. 헌법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다.”(민주당 박상천 대표, 13일 기자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이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헌법상 대통령의 임기를 벗어나게 할 방법은 탄핵소추밖에 없다”(박주선·朴柱宣 기조위원장), “헌법 72조에 국민투표의 사유를 열거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남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조순형·趙舜衡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부정적 발언이 쏟아졌다.

이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안을 들고 나온 직후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그때 “대통령은 재신임을 묻는 방법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고만 했을 뿐 국민투표를 당론으로 정한 적은 없다.

그러나 박 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투표는 헌법상 문제가 있지만 헌법상으론 국가 안위, 외교에 대한 상황 이외에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국민투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고 몇몇 의원들도 “국민투표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이처럼 기류가 바뀌게 된 이유는 자칫 노 대통령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신임-불신임’의 이분법적 상황에서 국정 불안을 느낀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는 회의를 품으면서도 국민투표를 할 경우에는 재신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묘한’ 여론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독일 헌법에는 아예 국민투표 금지조항이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국민투표가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기 때문이다”고 폄하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찬반이 갈리는 국민투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국민투표를 무산시키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컨대 재신임을 묻기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지 않고 국정 혼란이 초래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깜짝 쇼’를 하듯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한 노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인 셈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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